티알하고싶다고 하자 경틀루를 돌려준 로릭님!! 로릭님이 좋아한다고 했던 시나리오라서 더 기대되었다. 경성크툴루2 세션 일정을 잡아 놓고서 내가 1편을 안 해서 1인플로 했다.
[PC 소개]
김옥남. 여학교 교사. 25세 여자. 거주지, 출생지는 경성.
지능과 교육이 높고, 나머지는 고만고만하고 외모가 낮은 편이다. 일본어와 영어와 풍금연주를 찍었다. 영어 선생님이었나...??
성격은 안 좋은 편이라고 설정했다. 회초리(무기. 몽둥이, 소형)를 상시 휴대. 우스이 경보부와의 연줄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을 싫어하고 열등감이 강한 성격이라고 했는데 플레이 중에 활용되지 않았고, 후속편에서 김옥남과 연관된 탐사자를 만들면서 이런 설정들이 사라진 편이다. 죽은 자는 미화되는 걸까
[플레이의 흐름]
<우스이 경보부는 왜 옥남에게 밥을 샀을까요>
소제목은 그 이유를 만들기 위해 정말로 고심했기 때문에ㅋㅋㅋ
옥남은 멋진 레스토랑에서 일본인 고등계 형사에게 밥을 얻어먹는다. 당시로서는 모던한 2층 건물이다. 형사는 우스이 경보부로, 대부분의 조선인들이 피하는 사람이다. 이 이상한 만남은 옥남의 학교 교장에 의해 주선된 것으로, 우스이는 옥남에게 학생들을 잘 꼬드겨서 일제를 위해 자원해서 일하도록 하라는 청탁을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옥남을 인성쓰레기로 할 생각이었는데 이후 플레이에서 인쓰력을 드러낼 기회도 없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불쌍한 신세가 되어서...
우스이 경보부는 카운터의 주인과 얘기하면서 옥남을 향해 잠깐 나가있으라고 손짓한다. 밖에 나가 거리를 보고 있는데, 종로 거리 뒷골목에서 한 여자가 배를 붙잡고 걸어나온다. 흰색 한복을 입은 그 여자는 나를 가리키며 제발 도와달라고 말한다. 진한 피냄새가 풍겨서 어디서 피가 나는건지 보면 발목을 타고 검은 피가 흐르고 있다. 유산을 한 건가 싶었는데,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하니 발목에 뭔가 거뭇한 게 있다. 그게 그 여자의 발목을 붙잡고 끌어당긴다. 화들짝 놀라 그 골목으로 달려가니 그곳엔 피웅덩이에 누워 있는 시신이...!!
일단 우스이 경보부를 불러서 사람이 살해당했다며 간략학 상황 설명을 하고, 시신 쪽으로 가까이 가 봤다. 여자는 다리 사이에서 피를 심하게 흘리며 쓰러져 있다. 하얀 한복이 피로 물들어있다. 유산인지 확인하려고 배 부분을 보면, 유산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배 부분은 홀쭉해 보인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웅성거리고, 비명 소리도 들린다. 우스이는 황망한 표정으로 시신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나한테 왜 이래>
사흘 뒤, 종로경찰서 고등계.
옥남은 시신의 최초 발견자로서, 오늘은 우스이가 불러서 경찰서에 온 것이다. 우스이는 곤란한 표정으로 오늘 자 경성 데일리 뉴-스 조간신문을 건넨다. 내가 목격한 여자의 죽음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다. 그 사람 이름이 심삼순이었구나...
우스이는 총독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민심이 동요하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범인을 잡지 못한다면 조작이라도 해서 '범인'을 하나 대외적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어 잠깐 지금 날 살인범으로 만들겠다고...?? 우스이 경보부는 모리 경부가 나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스이의 눈짓에 모리를 바라보자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결백을 주장하다가 인력이 부족해서 수사가 힘들다는 우스이의 말에 그럼 내가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겠다고 말한다. 우스이는 반색하며 피해자 심삼순의 신상정보와 부검정보를 준다. 복부가 내부에서부터 뜯어먹혔다니 끔찍...
일단 심삼순의 집에 가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수다는 중요한 정보 획득 원천이죠>
종로 익산동은 옥남도 예전에 살던 동네. 아이디어 판정으로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집에 방을 세놓는 할머니를 지나가며 몇 번 본 것 같다. 그곳은 우스이를 만났던 레스토랑 근처에 있으며, 근방에 기생집과 요리집이 유명한 번화가로, 기생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사글세를 들어 살곤 했다. 낮에는 조용하고 밤에는 시끌벅적한 동네. 주소지에 적힌 건물에 도착하면 문이 반쯤 열려 있다.
"계세요?"하고 부르면 늙은 여인이 다리를 절며 다가온다. 심삼순에게 세를 준 집주인이라고 한다. 난 여기서 할머니와의 수다타임을 시작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 판정도 안 하고 그냥 대화로 길게 길게 얘기했다. NPC랑 수다떠는 거 너무 즐거워!!
심삼순은 3년 전 남편이 구박하고 쫓아낸 이후로 이 집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방물장수를 하며 먹고 살았는데, 몇 달 전부터 어느 부인이 물건을 많이 사준다는 얘길 듣고 교회당에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두 달 전부터 남편이 같이 들어와 살더니, 남편도 교회당에 다니며 심삼순에게 용서를 빌며 잘 살아보자고 했다고 한다. 할머니 말로는 돈이 다 떨어져서 얹혀 살려는 것 같았다고. ("어휴 그런 한량 놈이 다 있나 쯧쯧" "그러게나 말이에요 그런 몹쓸 놈 같으니")
그러다 달포쯤 전부터 새 애인을 들여왔다고 한다("어휴 그런 (욕)(욕)").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남편이 심삼순을 때리는 일도 많았다고. 그러다 일주일 전 남편이 집을 나가버렸다고 한다. ("천하의 나쁜 놈이")
그렇게 수다를 떨며 남편 욕을 막 하다가, 심삼순의 방에 들어가봐도 되겠냐고 묻는다. 함께 한량 놈팽이 남편을 욕하며 쌓은 친밀감 때문인지 선선히 허락해주는 할머니. 심지어 작은 거 한두 개 챙겨가도 된다고!!
심삼순의 방에 들어가면 방은 어둑어둑하다. 창에 두껍게 종이를 발라놓았다. 책 더미에서 허름한 여성 잡지, 지난 달에 나온 새 잡지, 작은 수첩을 발견. 수첩을 펴 보면 판매장부 같다. 마지막 장에는 종로 북촌의 주소가 적혀 있다.
화장대에는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백분, 크림, 비녀, 쇠반지 등이 들어있다.
패물함에 뭐가 있나 뒤져보는데, 안쪽을 뒤지다가 날카로운 바늘에 찔린다. 판정 실패였던 걸까?(기억이 안 남...) 안쪽에 종이 꾸러미가 들어있어서 꺼내서 들춰보니 작은 은반지가 하나 들어있다. 은반지를 싸둔 종이에는 보옥당이라는 상호와 주소와 적혀 있다. 반지를 만든 곳인가? 다 살펴본 것 같아서 반지와 종이를 몰래 챙겨서 방을 나온다고 했다.
<반지에 그려진 형상>
집에 와서 반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반지에는 부어오른 얼굴 비슷한 형상이 그려져 있는데, 썩어 문드러진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다. 섬뜩한 그림. 옥남은 그걸 들여다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든다. 정신을 차려보니 황량한 공간에 서 있다. 망토 같은 것을 쓴 남자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가면을 쓰고 있다. 그 가면 밑에서 꿈틀거리는 촉수가 흘러나오고, 가면이 깨지며 부어오른 얼굴의 형상이 모인다. 옥남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치고,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난다.
반지가 너무 강렬해서 반지 먼저 조사하러!! 남대문 쪽에 위치한 보옥당으로 갔다. 화려하진 않지만 말끔한 가게이다. 가게 안에 들어가면 주인이 가게를 보고 있다. 덩치가 크고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남자. 고생을 많이 한 얼굴이다.
반지에 대해 물어보니, 몇 달 전에 한 전도부인이 그런 반지 너댓 개를 주문했다고 한다. 그림대로 세공해달라며 큰 돈을 주었다고. 반지를 보여주고 이게 맞는지 확인하니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전도부인이 전도지를 주며 교회에 나오라고 했다며, 내게 전도지를 건네준다. 황왕님을 섬긴다는 황왕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져 있다.
<조사를 하자>
시신 상태를 확인하러 경성제대 법의학부에 가면 조교 같은 사람이 앉아 있다. 심삼순의 시신을 보러 왔다고 하니 철제 안치소에 데려다준다. 거기에는 여자의 시체가 눕혀져 있다. 거뭇한 피부, 퉁퉁 부은 몸. 내가 목격했던 시체.
시체는 뱃가죽만 헐렁하고,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 임신 징후가 뚜렷하며, 뱃속에서 뜯어먹힌 듯 맷속에 잇자국이 나 있다고 한다. 으아아아아ㅠㅠㅠㅠ
이 다음에 뭐 더 알아낼 게 있을까 싶어서 사망 현장으로 다시 가지만 별 건 없었다.
보옥당 아저씨한테 받은 전도지를 들고 거기에 적힌 교회로 찾아간다. 경성 외곽의 큰 집. 동네 부호의 집을 사들여 개조한 것 같다. 담장이 꽤 높고, 본채를 교회당으로 바꿔 놓은 것 같다. 멀찍이 보고 있자니, 다른 여자가 와서 문 앞에서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나 거절당한 것 같다. 바로 따라가서 뭘 묻는 척 정보를 캐기 시작. 신도인데 평일에는 못 들어간다고 해서 하릴없이 돌아가는 중이었다고 했던 것 같다. 교주는 박봉원이고, 전도부인은 도하라는 이름이라는 정보를 얻는다.
이제 남편을 좀 캐볼까!! 심삼순의 남편 심용석의 집은 부촌에 있다. 철문이 굳게 닫혀 있으며, 담은 꽤 높다. 문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창백한 얼굴의 옆집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한량 남편 욕하는 수다 타임... 심용석은 황왕교 부교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돈을 빼먹었다고 한다. 이 사람과도 심용석 욕을 했다ㅋㅋㅋㅋ 모든 NPC들과 심용석을 욕욕...
그러다 일 년쯤 전에 부인이 들어오면서 잠시 혹세무민하는 짓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부인이 최근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아니 그런데 일 년 전이면 시기가 안 맞는데...?? 그 부인의 인상착의를 묻자, 차가운 얼굴의 단발머리 신여성이라고 한다. 심삼순이 아니잖아?!
황왕교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고, 남편 심용석도 부교주로 깊게 연관되어 있으니 이거에 대해 먼저 조사해야겠다 싶었다. 일단 신문사를 찾아가 봤다.
경성 데일리 뉴스 신문사에 가서 이 사망 사건에 대해 기사를 쓴 기자 임운복을 만났다. 황왕교에 대해 아는 게 있냐고 묻자, 황왕교는 기독 신앙과 민간신앙을 섞은 종교라고 답해준다. 저번에도 사교 단속에 걸린 적이 있었다고.
<주거침입은 범죄입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지 않게 조심합시다>
그럼 이제 심용석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조사를 좀 해 볼까...!! 인기척이 없는 걸 확인하고 심용석 집의 담을 넘으려 했지만... 도약 판정 실패... 그것도 대실패...!!
로릭님은 이 실패의 결과는 잠시 후 나올 거라고 말했다. 난 로릭님이 이렇게 말할때가 제일 무섭더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ㅠㅠㅠ
그래도 걱정은 잠시 후로 미루고 지금은 열심히 조사를. 방1(광)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아까의 펌블이 집주인이 돌아와서 들키는 게 아닐까 싶어서 계속 경계했는데 한참 지나도록 아무도 안 와서 중간에 방심했던 것 같다. 방심하지 않았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겠지만ㅠㅠㅠ
광에서 이상한 물체를 보고, 시계 방향으로 쭉쭉 조사해나가다가 안방에 들어가게 된다. 테이블 위에 책 몇 권과 노트가 있길래 그 자리에서 읽진 않고 집어들고 옆의 방으로 들어간다. 곧 집주인이 들어닥칠지 모르니 가져가서 안전한 데서 읽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많은 사람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소리, 아마도 나를 찾는 소리.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노트를 옷 속에 잘 숨기고 쌀단지 속에 숨지만... 금방 발각되었다. 열 명 남짓한 일본 순사들이다.
<모리 경부 무서워>
순사들에게 붙들려 끌려가는 곳은 역시 종로 경찰서. 모리 경부가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그리고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구타... 아아악ㅠㅠㅠㅠ 데미지 판정 하라는 말 안 하길래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시나리오에 데미지는 주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에는 정말... 내가 말하면 "그럼 데미지 주사위 굴려주세요"라고 할까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얻어맞고 나서 취조 시작. 아니 때리기 전에 물어보지 그랬어요ㅠㅠㅠㅠ 일단 패고 나서 시작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 데미지는 없었지만 플레이어의 멘탈에 데미지가 있었습니다 모리 경부 너무 무서워... 활짝 웃고 있는데 눈만 안 웃는거 너무 무서워......
모리 경부는 날카로운 눈으로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 말했다... 일단 살아야 사교의 무리를 물리치던가 하죠. 그리고 일단 그냥 너무 무서웠어... 이런 걸 조사했고 황왕교라고 하는 사교 단체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모리 경부는 날 노려보다가, 그렇다면 그 사교 무리의 본거지로 가보자고, 내가 앞장서라고 말한다. 이거 인간방패로 쓰려는거 맞지...?
맞고 있는 중에도 품에 숨긴 노트는 발각되지 않았다고 하고, "잠시 변소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서 화장실에서 그 노트를 꺼내서 몰래 읽겠다고 했다. 품에는 숨겼지만 아직 읽지는 못한 그 노트. 반쯤 읽었는데 로릭님이 밖에서 순사가 문을 쾅쾅쾅쾅 두드리며 "뭐하는거야! 빨리 나와!"라고 사납게 외친대서 너무 무서웠다ㅠㅠㅠ 그래도 빠르게 마저 다 읽었다. '수태한 어머니와 아이를 바쳐, 아이 대신 태내에 '흑묘자'라는 이계의 존재를 불러내는 의식'...
<미신고 불법증축 지하실에서 우리가 본 것은>
모리 경부와 십여명의 순사들은 날 앞세우고(ㅠㅠ) 황왕교 교회당으로 간다. 한 번 가 본 곳이라 가기는 잘 갔다. 순사들과 함께 막무가내로 들어가니 신도들이 깜짝 놀란다. 흙발로 교회당 안에 들어가는 순사들. 입식 장의자가 네다섯 개 있고, 가운데엔 널판지가 있다. 강대상 뒤 벽에는 황색의 비단 휘장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휘장을 걷으면 바닥으로 통하는 굴이 드러난다. 사람 두셋은 족히 들어갈 만한 구멍.
그리고 역시 모리 경부는 나를 앞세운다...ㅠㅠㅠㅠ 총인지 칼인지를 들이대며 먼저 들어가라는데 별 수 있나. 앞장서서 조심스럽게 미끄러운 길을 내려간다. 이 굴은 생각보다 넓고 깊은 것 같다. 군데군데 촛불도 걸려 있다. 갈래길도 나오지만 순사들은 갈래길을 보더니 그 길은 깊지 않다며, 가운데 길이 진짜 길이라고 한다. 가운데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니 멀리서 쿵, 쿵 하는 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리는, 일정한 간격의 소리들이다. 어느새 바닥의 돌이 잘 부스러지는 재질로 바뀌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쿵쿵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모퉁이 너머에 갑자기 큰 공간이 나타나는데, 그 곳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다. 풀린 눈을 하고서, 씻지도 먹지도 않은 듯한 더럽고 수척한 사람들. 목에는 기이한 문자가 새겨진 황색 천을 두르고 있다. 다들 곡괭이를 들고 벽을 때리고 있다. 쿵, 쿵, 규칙적인 소리가 산발적으로 울린다. 그 기괴한 광경에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모리 경부는 옥남을 밀치고 앞으로 나서서 총을 들고는 "모두 손 들고 엎드려!"라고 소리친다. 황색 천을 두른 사람들은 동시에 일제히 모리 경부를 쳐다보고, 손에 쥔 곡괭이를 높이 쳐들며 달려든다. 모리 경부와 순사들이 그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지만 총알을 맞아도 비틀거리며 달려오는 사람들...
어쩔 줄 모르고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이 땅을 파던 공간 너머에 문이 하나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순사들을 물어뜯기 시작하는 이상한 사람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고 싶어서, 정신없이 뛰어서 문 안으로 뛰어든다. 민첩성 판정 성공. 내 쪽으로 달려드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을 닫자마자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뒷걸음질을 쳐 문에서 멀어진다.
등 뒤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 흠칫 돌아보면, 이 방 안에는 두 명의 남자가 묶여 있다. 아까는 정신없이 달려들어와서 못 봤던 것 같다. 한 명은 미친듯이 웃고 있으며, 이상할 정도로 화려한 황색 도포를 입고 있다. 다른 한 명은 많이 본 얼굴이다. 바로 사진에서 봤던 심용석. 찾았다 심삼순의 남편...!! 그는 극심한 공포에 질려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떠들고 있다. 심용석에게 말을 거니, 떨리는 목소리로 "이번은 내 차례야, 흑묘자가 온다..."라거나 "도하의 말대로 황색지왕이 오신다"는 등의 말을 한다. 얘도 사교의 희생자인가 싶어서 조금 불쌍해지려 하던 때에 "삼순이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무사히 죽어서 황색지왕의 재림에 덕이 되었습니까"라길래 다시 분노... 고 심삼순씨 대신이라도 때릴까 하다가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계속 듣고 있었다.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서 돈을 뜯고 다니던 두 남자에게 이도화라는 사람이 왔고, 진짜 기적을 행하게 해주었다고. 그러다 여인을 바쳐 흑묘자를 불러오게 되었고... 도화는 이제 그들을 바치려 하는 것.
꼴 좋다고 비웃어주고 싶었으나 현 상태만 따지면 나나 그놈들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등 뒤에서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무언가가 빠르게 덤벼든다. 민첩성 판정 실패... 체력 1 감소. 얻어맞으면서 무엇이었는지 보니 이미 한 번 본 적 있는, 길쭉하게 휘어진 그림자같이 생긴 물체, 바로 흑묘자였다. 역겨운 냄새가 나는 그 그림자의 끝에는 태아의 얼굴이 박혀 있다. 그것이 나를 공격한 팔을 다시 그림자로 되돌린다.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았으나 내가 준 데미지에 비해 내가 받은 데미지가 훨씬 컸다... 마지막엔 로릭님 피해 주사위가 풀다이스로 7이 떴다ㅠㅠㅠㅠ 체력은 0이 되고, 건강 판정도 실패. 로릭님이 이대로 사망할지 무언가 댓가를 치르고 계속 살아있을지 선택하라고 했고, 고민하다가 건강판정까지 실패한 거 그냥 주사위가 정해준 탐사자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때 도하가 걸어들어온다.
도하가 들어왔던 게 본격적 전투 전인지 후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후기쓰면서 시나리오 다시 읽어보니 후였을 것 같다. 검은 머리를 짧게 자른 신여성. 교태 어린 미소를 지으며 쓰러져 있는 옥남에게로 다가온다. 도하는 흑묘자를 불러서 애정어린 손길로 어루만진다.
아래는 로릭님이 말해준 에필로그. 이 에필로그 너무 좋다.
멀리서 우적우적 씹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더니 그 소리가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난다. 이상하게도 아프진 않다. 약혼자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른다. 대체 왜 이런 일에 말려들어버린 걸까. 정말로 우연한 일이었는데... 의식이 멀어진다...
잠시 후퇴했다가 더 많은 경관을 데리고 돌아온 모리 경부. 경찰들은 지하 공간 너머의 문 안에서 반쯤 뜯어먹힌 세 구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 중 하나는 김옥남의 시신이었다.
[감상]
CoC 플레이 많이 해봤지만 탐사자 사망은 처음이었다ㅠㅠㅠㅠ 죽음을 기리며 트위터에서 썰을 풀어봤다. 며칠 뒤 락님과 함께 하는 경성크툴루2 플레이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죽은 옥남 대신 옥남의 약혼자가 옥남의 의문스러운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기묘한 일에 뛰어든다는 식으로 가기로.
짐승이 무언가를 씹는 듯한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왔다. 옥남은 조금 멍하니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몸은 나른했고, 고통도 감각도 없었다. 그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손을 꼭 쥐며, 돌아오면 그땐 기필코 백년가약을 맺자 말하던 수줍은 얼굴. 곧 경성으로 돌아가겠노라는 편지를 받았는데. 이제 금방인데. 어찌 이렇게 된 것일까. 난 그저...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으려 도리질을 치려 했지만 그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옥남은 마지막이 될 잠으로 하릴없이 빠져들었다.
며칠 뒤, 옥남의 약혼자는 경성에 당도한다. 역에 내리면 고운 약혼녀가 손 붙잡고 반겨주리라는 설렘에는 한 치 의심도 없었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은 옥남이었던 육신의 일부와, 온갖 괴이한 소문과, 옥남이 품고 있던 서책 두어 권이었다.
원래 짝사랑하던 남자 교사 동료가 있었다는 설정이었는데 2편에서 이야기를 잇기 위해 일본 유학 중인 약혼자가 있었다는 걸로 백스토리 급 수정. 옥남의 유지(사실 악덕교사였어서 그런 거 없다)는 2편부터 약혼자가 이어받을거야!!
여러 NPC들과 판정 없는 대화를 정말 많이 했던 세션이었다. 1인플에서 NPC랑 수다떠는 거 너무 좋아 즐거워!!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얻는 정보와 쌓이는 호감이 있어서 더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