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 전에 플레이했던 세션이고, 룰조차 모르는 상태로 했던 거라 이걸 후기로 쓸까 말까 고민했으나, 역시 첫 후기는 첫 플레이로 쓰고 싶어서.
만인의 입문 시나리오 독스프! 룰도 진행도 모르고 1:1로 했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아니 없도록 마스터님이 잘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마스터가 얼마나 너그럽게 판정해서 힌트를 줄지에 따라 난이도는 차이가 날 것 같다. 난 쉽게 플레이한 편이었는데, 나중에 시나리오 읽어보니 마스터님이 너그러웠구나 싶었다.
처음 만들었던 PC는 모 만화의 20대 후반 남자 경찰 캐릭터를 빌려왔다.
정말로 룰도 안 읽어봤고, TRPG가 뭔지는 어렴풋이만 알고 있던 상태라, 갑자기 캐릭터를 만들라고 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해서 그냥 플레이하기 편해 보이는 캐릭터 하나 데려와서 거기에 맞춰서 특성치를 정했다. 2차탁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들어본 적 있어서 그렇게 하면 편하겠다 싶었다(그리고 후에 캐붕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게 됨).
첫 플레이이고 1:1이다보니 RP는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할래!" 대화할 PC도 NPC(대화는 못 했으니)도 없어서 RP를 일부러 하려고 했어도 못 했을 것 같다.
사실 난 시간 제한이 있다는 걸 후반부에는 거의 잊고 있었다. 1시간 내에 해야한다는 건 알았지만 하다 보니 잊어버렸다. 변명하자면 첫 플레이니까... 스프 온도로 시간 체크한다는 발상도 못 했다.
그래서 헌팅 호러의 존재를 알고 일시적 광기가 왔을 때 기절을 선택하고, 예배당에서도 느긋하게 석판이나 읽고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긴 했는데 이것도 관대한 마스터링 덕분일지도. 사실 아직도 그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른다. 마스터님만 알 진실.
플레이어가 시간제한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으면 중간에 상기시켜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간 순서는 조리실 --> 하인의 방 --> 책 창고 --> 예배당. 아마도...
조리실에서는 시체는 발견했지만 종이 조각은 못 발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조미료'라는 게 해독제라고 마지막까지 오해하고 있었다. 테이블에 있는 게 독이 든 스프고, 해독제를 찾아서 넣어 마셔야 한다고 착각했다(사실 너무 오래 전이라 확실히 기억은 안 난다. 착각한 건 확실한데 이유가 뭐더라).
하인의 방에서는 관찰력 판정에 실패해서 목 없는 시체는 안 보고 넘어갔다. 여자아이는 엄청 의심했다. 첫 플레이부터 보였던 의심암귀의 싹... 그런데 갑자기 깨어난 이상한 곳에서 여자애가 총을 소지하고 있는데 충분히 의심스럽지 않나? 그래도 분위기상 내 PC를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아서 곧 의심하지 않게 됐다.
책 창고에서는 <스프의 꿈에 대해>를 찾았는데... 이것도 아마 너그러운 판정 덕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 갖고가지 말라길래 얌전히 두고 갔다. 첫 플레이부터 이런 거 말은 참 잘 들었다.
'문지기는 싱싱한 것을 먹어야만 없어진다'에서 소녀의 용도를 눈치챘다.
예배당에서는 작은 창문으로 헌팅 호러를 보고 이성 판정에 실패해서 일시적 광기.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기절했다. 그때 기절이랑 비명 중에 선택이었던 것 같은데, 기절 쪽이 이 캐릭터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때가 PC 설정을 진지하게 고려해가며 플레이한 마지막 플레이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제 저 안에 들어가서 헌팅호러가 달려오는 걸 보는데, 소녀를 희생시키라는 의도는 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캐릭터가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자기만 살려고 하진 않을 것 같아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마 이때가 PC 설정을 진지하게 고려한 마지막222
그래도 캐릭터 설정 따르느라 시나리오를 못 클리어(?) 하느니 캐붕이 오더라도 클리어를 하고싶었고... 얠 먹이로 던져주고 싶은데 그럼 너무 캐붕일것같다고 고민하다가 마스터님한테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당황해서 넘어지다가 소녀를 뱀 앞으로 밀쳐버리는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 관대하신 마스터님은 들어주셨고... 다만 나중에 너무 후한 판정이었다고 후회했다. 일단 예배당에 들어온 이상 한 입 베어물게라도 할 걸 하고. 냠냠
그리고 갖고 있던 총으로 헌팅 호러를 쏴서 크리티컬이 나왔다. 처음 쏴본 총에 터진 크리티컬! 하지만 그걸로는 이길 수 없고... 헌팅 호러는 그냥 식사 맛있게 하고 가던 참에 난데없이 날아온 돌에 맞은 정도였으려나.
아무튼 종이조각을 찾아서 '태양 속' 힌트로 전구의 독(당시는 해독제인 줄 알았다)을 찾아서 타먹고 해피엔딩. 책에도 독이 있는 줄은 끝까지 몰랐다.
플레이나 마스터링 후기를 써서 올리려고 생각한 건 마스터링 준비할 때 참고가 되길 바라서인데, 내가 어디를 찔러봐서 뭘 했는지를 쓰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다. 유명 시나리오라 더 그렇고. 일단 오래 전 플레이를 기억을 되짚는 느낌으로 써 봤다. 앞으로는 어떤 식의 후기를 쓸지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