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집. 내가 두 번째로 단체로 플레이한 시나리오. 이쯤부터 티알은 무엇인가 어떤 플레이가 좋은 플레이인가 나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나는 유경험자지만 초보였고, 다른 두 명은 무경험자. 그리고 3인 세션은 마스터님의 주사위 한 세트만으로 굴러갔다...
캐메하면서 한 플레이어는 대통령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려고 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스터님이 거절하자 재력을 90 찍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무원인뎈ㅋㅋㅋㅋㅋ재력 90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재력90은 많은 걸 편하게 만들었다. 플레이의 새로운 방향.
분위기가 뜨는 느낌은 좀 있었다. 다들 피곤한 상황이기도 했고. 내가 유경험자로서 잘 주도를 했어야 했나 싶기도 한데...
나는 남자 기자, 한 명은 여자 탐정(이지만 사실은 러시아 스파이), 한 명은 재력이 90인 남자 공무원.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멤버 구성 특성상, 우리는 코빗 하우스에 철거명령을 내린 뒤 대집행을 하고 싶어했다. 난 이게 농담인지 진심인지 고민했는데 여러 번 반복되길래 진심이 섞인 드립이구나 싶었다. 이때쯤 나는 두 번의 단체 세션을 겪고 PC 간 자연스러운 협력에 익숙해져 있던 참이어서 진행을 막는 드립이 좋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별 생각 없이 편하게 할 걸 그랬다 싶다. 당시는 크툴루=호러수사알피지라는 주관적 공식이 생겼을 때였다. 여기서 왜 그렇게 가지??난 수사를 해야되는데???하는 느낌. 역시 핸드북이나 룰북을 미리 읽는 게 플레이의 방향 설정에 좋았을 것 같다. 당시 난 단서!실마리!음모발견!사건해결!을 원했어서 좀 답답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깨알같은 드립들이 재밌었고, 플레이도 재밌게 했다.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고, 자료조사 롤도 잘 안 나와서 정보가 별로 없는 채로 코빗 하우스에 돌격부터. 그리고 2층의 침대에 얻어맞아서 한 명은 기절, 나도 피를 철철. 근데 마침 스파이 탐정은 화장실에 가느라 그 자리에 없었고... 사고 현장을 보고 나서 내 PC가 공무원을 때린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그렇게 한참 해명과 의심의 시간. 내가 증명해보겠다며 일부러 나 혼자 들어갔던가 탐정 혼자 들여보냈던가... 아무튼 굳이 또 얻어맞아가며 누명을 벗었닼ㅋㅋㅋㅋ
십자가가 있는 방에는 이 십자가를 조사해보자며 하나하나 다 떼어서 살펴봤다. 근데 스파이 탐정이 십자가를 다 거꾸로 뒤집어보자고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굳이 사탄의 상징을 직접 만드려 하는 건데요?!"라고 당시 알피를 했는데, 방금 찾아보니 뒤집힌 십자가 자체는 베드로 전승에서 나온 거라고. 사탄의 상징이니 하는 건 서브컬쳐 쪽에서 덧붙여진 이미지라고 한다. 아무튼 나와 마스터님의 만류로 십자가를 굳이 뒤집진 않고 떼어서 조사만. 그리고 소득은 없었다. 그 동안 공무원은 기절한 채로 방 밖에 널부러져 있었다. 밤이 늦었고 공무원 PL은 사실 매우 졸려했다. PC와 PL이 함께 반쯤 기절.
일단 나가서 치료도 하고, 조사도 한 번 더 했던가...? 별로 소득은 없었던 것 같다. 그쯤부터 집을 그냥 철거해버리면 안 되냐 재력90으로 사버리면 안 되냐 태워버리자 등등의 대안들이 등장. 하지만 얌전히 다시 들어갔다. 전날 못 한 수색을 재개해서 코빗의 일기장 발견. 재력으로 밖에 돌아다니던 신문팔이 할아버지 NPC를 하루 고용해서 지하실 문이 잠겨버리지 않게 지켜보고 있으라 하고 지하로 내려감. 날뛰는 나이프를 발견하고, 탐정이 잡아서 누르고. 나이프에 대한 사전 정보는 몰랐지만. 아무튼 그렇게 칼은 잊어버리고 쥐떼를 지나 코빗의 시체를 찾는다. 싸우는 동안 사실 칼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렸으나, 마스터님이 상기시켜주어서 칼로 코빗을 찌르고 되찾은 평화. 해피엔딩 해피엔딩.
그리고 정말 괴현상이 사라졌는지 확인하자며
아까 고용한 신문팔이 할아버지를 2층 침대방에 혼자 밀어넣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침대가 공격하는 괴현상이 다시 일어나나 보자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아버지한테 말은 안 했음...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씁시다...
다행히 코빗은 완전히 소멸되었고 신문팔이 할아버지는 무사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사전조사가 제대로 안 되면 초반에 헤매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법원에 가보거나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거나 마카리오를 찾아가볼 생각을 못 했다. 자료조사는 도서관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아닌데 그 이상 생각이 못 미칠 때가 많다. 단서 하나 잡으면 좀 더 파고들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