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후기를 써도 되는 건가 싶다. 보이스여서 로그가 안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메모도 제대로 안 해놓은 세션이라서. 심지어 시나리오도 내 손에 없어서 참고할 수도 없다. 기억을 잘 되살려 봐야지.
1인 전용 시나리오로, 한 편의 공포영화 같은 전개였다. 친숙하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의 전개여서 더 좋았다.
현대 배경으로, 의사와의 연줄이 권장도 아닌 필수.
내가 플레이한 캐릭터는 33세의 여자 탐정 조지아 위컴. 신체 능력은 보통이지만 지능76, 교육80.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고 해도 될 것 같다. 1부에서는 에단 블레인을 찾는 과정이고, 2부는 자신에게 벌어지는 기현상의 정체를 파악하고 에단 블레인의 영혼과 싸우는 내용.
에단 블레인을 찾아서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뭔가 석연치 않게 일이 마무리되어서 당황하다 보면 조용히 본격적인 공포가 들이닥치는 게 정말 좋았다.
플레이 끝나고 영화 <인시디어스 3>이 생각났었다. 구체적으로는 영혼과 싸우는 장면. 참고로 이 영화는 재미가 없고 무섭지도 않다. 극장에서 공포영화 보다가 클라이맥스에서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빵터져본건 그 때가 유일했다.
프랭클린 퀸시의 의뢰를 받아 도둑맞은 책 <슐의 경전>을 찾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는 조지아. 책거래상들을 우선 조사한다. 나는 책거래상이 중고서점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훨씬 규모가 크고 전문적인 느낌이라 한다. 처음에는 전화만 돌려서 이렇게 생긴 사람 안 왔냐고 물어봤는데, 그걸 반복하니까 마스터님이 그렇게는 증언을 얻기 힘들 거라고 조언해주었다.
책거래상을 다 다니지 않아도 주인과 얘기만 잘 되면 에단 블레인(제임스 다이쉬)의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는 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범인을 잡고 책을 찾으러 빈민가 지역의 월세방 3층으로 출발. 문을 조심히 열어 보면, 작은 원룸 침실에서 벌거벗고 있는 에단 블레인이 마법진 안에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다. 그 옆에는 책이 한 권 놓여져 있고, 인간의 뼈가 이상한 형태로 놓여 있다. 에단은 튕기듯이 일어나 창 밖으로 몸을 던진다.
조지아는 일단 에단이 떨어뜨린 책 <슐의 경전>을 챙겨서 나오고, 에단 블레인이 땅에 떨어져 죽은 걸 확인하고 경찰과 구급차를 부른 뒤 현장을 빠져나온다. 퀸시에게 슐의 경전을 주면서 의뢰를 완수하고, 이제 다 끝난 듯 했으나...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퀸시의 전화를 받는다. 에단 블레인이 살아있어, 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사실 저런 말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죽은 에단 블레인이 나타나서 자길 괴롭힌다는 류의 이야기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퀸시의 사망 소식이 들린다.
퀸시의 사망 이후 조지아에게도 환청이나 환각 등 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밤 늦게 걸려온 전화를 받자, 분명 죽은 걸 직접 확인했던 에단 블레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지고 몸이 얼어붙는 듯한 추위를 느끼며 이성체크.
그 후로 계속 이성체크 할 상황이 이어진다. 스프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스프에서 에단 블레인 얼굴이 떠오르거나 가만히 앉아있는데 귓가에서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리거나 하는 식이었다.
생각이 안나서 짧게 썼지만, 나는 이 시나리오에서 특히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 이 부분의 공포스러운 분위기. 실체가 보이지 않는 적에게 모든 일상을 빼앗기고 완전히 노출된 상태에서 오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좋았다. 이성 체크도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해서 광기도 몇 개 얻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러나 한동안 원인을 짐작도 못 하고 헤매기만 했다. 지인인 의사(전 의뢰인이었고 친분을 쌓았다는 설정이었다)에게 찾아가서 호소도 해보고, 정신과 의사도 소개받고. 그렇게 한참 헤매다가 마스터님이 <슐의 경전>을 보라는 힌트를 줬던 것 같다. 그래서 슐의 경전을 찾기 위해 퀸시의 집으로 잠입. 시나리오상 경과 시간에 따라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난이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퀸시 집-->경찰-->도서관 순이랬나? 다행히 너무 늦진 않아서 퀸시의 집에서 슐의 경전을 찾을 수 있었다.
슐의 경전에는 '영혼의 절단'을 통해 저주를 제거하는 방법이 실려 있다. 주문을 외우고 심장을 멈추는 게 요건. 의사 인맥은 이걸 위해 필요했습니다.
의사 지인인 윌리엄 포스터를 설득해서 주문을 외운 후 심장을 멎게 한 다음에 5분 후에 심장을 다시 뛰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의식이 성공해서 영의 세계에서 에단 블레인과 싸움을 벌이는 조지아. 전투는 정말 기억이 안 나는데, 총을 소환해서 쐈던 것 같다. 결국 이겼고, 제때 심장박동도 돌아온다.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