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온라인 구인에 끼어서 처음 뵌 분들과 함께 플레이한 세션이었다. 내 PC는 33세의 사립 탐정 잭 앤더슨. 덥수룩한 수염에 배가 나온 아저씨. 호탕한 성격으로, 계획성도 없고 당장의 일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다. 이혼한 아내가 아들과 딸을 데려가서 매달 양육비를 보내줘야 하는 상황.
페나님께서 잭 귀엽다고 그림 그려주셨는데 그걸 찍어왔어야 했는데ㅠㅠㅠㅠ 통통한 배에 수염이 달린 귀여운 아저씨 그림이었다ㅠㅠ
티알로 플레이했던 건 정말로 메모가 부족하다. 초중반에 단서는 열심히 메모하더라도 클라이막스 부분은 빠른 전개를 쫓아가느라 메모가 적다. 오알처럼 타이핑해가며 할 수도 없으니 간단한 메모만 있는데, 나중에 알아보기가 힘들다. 특히 이 세션이 메모도 단편적이고, 시나리오의 끝까지 못 가봐서 할 말이 적은 편. 큰 줄기와 인상 위주의 후기가 될 것 같다.
지어놓고 혼자 좋아한 이름인데 누군가는 알아보겠지. 원래는 잭 ㄷㄴㅇ로 하려 했으나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앤더슨으로 했다.
메모들 다시 보는데 정말 단편적이다. 당일 플레이야 이 정도로도 충분하겠지만 세 달 지나고 보려니 이게 뭔가 싶다. '괴물, 눈, 낫인간'이란 메모가 있는데 이게 뭐였을까... 낫인간은 농기구 낫이 아니라 not이라는 것만 알겠다.
나 - 오늘만 사는 사립탐정 잭 앤더슨
계피단지님 - 돈이 최고인 범죄자 스캐빈저
역설님 - 충직한 르포작가 아나스타샤 애들러
페나님 - 안전이 최우선, 아이들을 좋아하는 경호원 윈져
루카스 스트롱의 딸 제인이 유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루카스 스트롱은 제인을 찾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그린마운틴 국유림에 숨어 있는 유괴범들을 찾고 제인을 구하기 위해(그리고 상금과 참가비를 받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참고로 잭은 이혼 후 브레이크 없이 돈을 막 쓰다가 빚에 쪼들리고 있고, 아내에게 양육비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 급전이 필요해서 수색에 참가했다. 배경설정 카드에서 뽑은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설정이었는데, 여러 선택의 동기가 되었다.
설정에 맞게 재력은 10이었으나 탐정이니까 수사에 필요한 기본 소지품은 이미 있을 거라고 우겨서 나이프, 손전등, 권총 등을 소지.
일단 가장 큰 인상은 '뭐가 참 많네'였다. 신경 써야 할 게 정말 많다. 유괴범과 납치된 소녀뿐만 아니라, 숲 초입에서 만난 부자의 부탁, 신원 미상의 시체, 수자원위원회, 어딘지 수상한 트럭, 악몽, 빈 텐트들과 어딘지 낯익은 그림들, 공사장의 수상한 사람들, 지하실의 좀비(언데드?), 호숫가의 피범벅 시체... 의심스럽고 조사해야 할 게 너무 많다보니 길을 잃기 쉬운 시나리오였지 않나 싶다. 실제로 부자의 부탁으로 사람을 찾아보기로 한 건 플레이 중반쯤부터 다들 거의 잊고 있었다. 여기에 PC별로 개인적인 동기까지 강하게 주어졌고.
시나리오상의 엔딩(애매한 표현이지만, 비선형이든 선형이든 시나리오에서 준비한 마지막 부분을 엔딩이라고 했을 때)을 못 봤기 때문에 이 모든 단서들이 어떻게 짜맞춰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션이 끝나고 마스터님이 간략하게 설명해줬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플레이 중에는 지하실의 언데드와 공사장이 어떻게 연관되는 건지 매치가 안 된다고 느껴졌다. 사실 공사장의 사람들도 다 언데드였나? 총 겨눠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긴 한데.
그리고 갈림길에서 두 명씩 갈라져서 갔는데, 한 길만 택했을 경우의 진행이 어떻게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것도 결국은 이어지는 건지...
전투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제대로 안 한 편인데 일단 적이 너무... 많다... 거기다 언데드들은 총을 들이대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대서 데미지가 안 먹히는 적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다(나중에 물어보니 데미지는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지레 포기하고 불도 지르고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는데, 포기하지 말고 권총과 육탄전 레벨에서 좀 더 노력해볼걸 싶었다.
플레이 중엔 너무 많은 사건들이 산발적으로 튀어나온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소녀의 유괴 뒤에 숨어있는, 진범과는 별개의 거대한 세력과 음모를 마주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나의 사건에 집중해서 기승전결이 나타나는 전개보다 현실성은 높을지도. 다만 역시 플레이 중에는 길을 잃기 쉬울 것 같다.
처음으로 알피 비중이 큰 플레이였다. 초반에 스캐빈져와 아나스타샤가 투닥투닥하는 걸 보며 재밌었다. pc 간 배경을 엮는 걸 처음 해봤는데, 서로 긴밀하게 교류하는 게 좋아보였다. 초면이라서 좀 어색했는데, 다음 번엔 더 적극적으로 알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알피를 많이 하니까 초반의 도입부도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훨씬 즐겁게 진행되는 게 좋았다.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는 걸 넘어서서 이야기를 만드는 알피지가 이런 느낌이구나 했던 세션이었다. 이전까지는 진행에 필요 없는 일은 거의 안 했다면, 이 세션에서 진행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알피를 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숨긴 돈 어딨냐며 유괴범을 짤짤 털었던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숨긴 돈은 결국 모두 윈저의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