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는 시나리오이자 플레이. 내 가장 재밌었던 플레이 TOP 5로 꼽는 플레이였다.
가장 좋았던 점은 생동감과 현장감!! CoC에 수사나 탐사가 있더라도 제한적이라거나 구색 맞추기 정도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나리오는 가상의 공간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제 자리를 지키는 NPC가 아니라 실제로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반응하는 인간을 상대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행동에 따라 NPC의 반응이 달라지는 느낌. 거기에서 오는 현장감과 생생함은 엄청났다. 누구든지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시나리오.
추천 직업이 FBI요원이길래 내 캐릭터로 만들었다. 2인 플레이는 너무 빡세니까 추천직업이나 추천기능은 확실히 찍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3~4인이더라도 이 시나리오는 적어도 한 명은 FBI 요원이어야 원만하게 진행될 것 같다. 한 명이라도 있으면 묻어 가면 된다.
아 그런데 반 년도 더 전의 플레이인데다가 티알이라 기록이 듬성듬성 있다 보니 디테일이 잘 기억이 안 난다ㅠㅠㅠㅠ 안 그래도 주어지는 정보량이 많은 시나리오였는데...
후기 쓰는 도중에 생각한 건데, 유료 시나리오집에 실린 시나리오니까 정보를 너무 많이 담으면 안 되겠구나 싶다. 그래서 NPC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핸드아웃의 내용 등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미 쓴 것들을 지웠더니 양이 확 줄었다. 음 그래도 많은가...
[사전 준비]
성경의 출애굽기 부분을 읽어보면 좋다기에 플레이 전날 쭉 읽었다. 추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미국이면 성경에 대한 지식이 좀더 일반적이고 당연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정말이라면 예언이 실현되는 걸 실제 목격하는 공포감이나 모독적인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 관련 단편에서 자주 나오는 '모독적'이라는 묘사 같은 느낌.
[PC 소개]
내 PC: 에드윈 로저. 29세. 남자. FBI 요원.
근력과 민첩서, 지능, 교육이 높다. 관찰력, 사격(권총), 설득, 은밀행동, 응급처치, 자동차 운전, 컴퓨터 사용 등이 높은 편. 남자치고 작은 키에 적당히 흔한 외모. 미드 CSI 매니아 설정을 넣었다ㅋㅋㅋㅋ 플레이에 활용을 못 해서 아쉽. 조류 덕후로, 새를 보거나 소리만 들어도 어떤 새인지 파악 가능하다. 이 설정은 넣으면서도 못 써먹을 걸 알았다.
중요 인물은 FBI 선배 요원인 여자. 에드윈을 교육시킨 선배로, 관찰력이 85로 높아지도록 도운 사람. 짝사랑 중이다. 이번 사건을 잘 끝마치면 프로포즈할 계획이라는 플래그를 꽂아두었다.
위로 누나가 한 명 있다.
이오락 PC: 리타 피어스. 여자. 기자.
아이를 좋아하고 정의감 넘치는 기자였던 것 같다. 이 사건에 동행취재 기자로 에드윈과 함께 행동한다. 아래로 동생들이 많은 맏이.
마스터 로릭님은 "리타는 이번 사건 취재와 관련하여 많은 금전적 지원을 받았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플레이 흐름과 감상]
에드윈은 목요일 저녁 대낮의 마트에서 벌어진 여자아이 유괴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주차장에서 리타와 합류. 구면이라 반갑게 인사하지만 리타는 별로 안 반갑게 받아준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FBI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설정이 있었던 듯.
에드윈은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보러 올라가고, 리타는 주차장에 몰려 있는 목격자들에게 인터뷰를 한다.
에드윈은 빅 박스 마트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다. 현장을 조사하던 에드윈은 피웅덩이 속에서 물고기들의 퍼덕거리고 있는 걸 본다. 깨진 어항에서 흘러나온 물과 피가 섞여 웅덩이를 만들고, 그 안에서 펄떡거리며 죽어가는 물고기... 이 장면 정말 인상적이었다.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한, 영화적인 연출. 이런 세세한 연출이 테이블 위의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마트의 점원에게 사건의 정황을 묻자, 남자는 아이를 유괴해서 도망칠 수 있었는데 굳이 다시 돌아와 무당벌레 가방을 마저 가져가려 했다는 진술을 듣는다. 여기에서 이 사건의 진상과 범인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단순한 유괴사건이면 아이의 가방, 특히 아이의 생명에 직결되는 의료기구가 들어있는 가방을 굳이 가지러 돌아오진 않을 텐데.
또 다른 CCTV 영상인지 목격자 인터뷰인지를 통해 도주하는 공범의 차량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얻는다.
에드윈은 리타와 동행하여 유괴된 아이의 부모를 만난다. 아직까지는 부모를 크게 의심하진 않았다. 파리가 신경에 거슬리게 날아다니지만 지하실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이게 예언의 복선인 줄은 몰랐다. 그 뒤에 모든 장소를 조사한 건 아니라서 예언의 내용들은 이어지지 않았고, 예언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도 못 받았다. 모든 걸 다 조사하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플레이 중에는 흐름상 어쩔 수 없었던 걸로 기억. 시간 제한이 있으니...
발푸어 부부에게 "따님은 제가 책임지고 안전하게 되찾겠습니다"라고 장담하며 그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아직까지는 평범한 부모처럼 보였다.
그리고 죽은 유괴범을 우선 조사. 신원 파악은 PC가 직접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이후에도 가상의 동료한테 이것 좀 조사해달라고 부탁해 놓고 에드윈이랑 리타는 딴 거 조사하고 온 적이 많았다. 2인플의 꼼수...ㅋㅋㅋ FBI의 인력난인 걸로. 담당인력 충원해주세요...
아이를 유괴해놓고 가방을 가지러 돌아왔다는 점에서, 면식범의 소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아픈 것도 알고, 그 의료기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거니까.
이쯤에서 범행의 동기를 전혀 모르겠어서 나도 에드윈도 혼란스러웠다. 돈을 노린 유괴도 아니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으며, 죽을 걸 각오하고 굳이 아픈 아이의 의료기구를 가지러 돌아오는 유괴범이라니. 도대체 이 유괴의 목적은 무엇인지 감이 안 잡혔다.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발푸어 부부에 대해 간단히 조사.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다음 주 화요일이라는 종말의 D-Day에 대해 파악했다. 사실 보통의 경우라면 사이비 종교의 종말론이로군 하며 신경쓰지 않았을 것 같지만, CoC의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이게 실제 일어날 일이라는 걸 알았다(...) 이런 부분은 메타추리라 해도 시나리오에서도 의도한 바일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그래서 이게 시나리오상의 실질적 제한시간이겠구나 생각했다.
아이를 찾기 위해 에드윈은 언론에 대대적인 보도를 한다. 내 생각에 권한 있는 수사관이 할 법한, 정석적이라고 생각되는 루트를 따랐다. 유괴범이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아이를 납치한 거라도 일단 아이는 찾고 봐야 한다고 생각. 아이의 사진과 공범이 차를 타고 도주하는 CCTV 영상 등을 보도하고 제보를 받기로 한다.
메모가 드문드문 있어서 날짜와 시간이 잘 기억이 안 난다... 순서도 헷갈리고. 아무튼 목요일 밤(아마)에 발푸어와 그들의 교회에 대한 연방 법집행기관의 기록을 찾는다. 교회가 수상하고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의심이 무럭무럭. 발푸어에게 조지 루이스톤의 사진을 보여주자 알아본다. 루이스톤이 뭔가 의도를 가지고 잠입수사를 한 건가 생각했다.
금요일에는 본격적으로 조지 루이스톤에 대해 조사한다. ATF에 가서 조지 루이스톤의 전 동료들을 상대로 인터뷰. 딸 니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루이스톤의 집을 조사했던 것 같다. 왜냐면 고양이 그림을 그려놨어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도 루이스톤이 사전에 범행을 할 준비, 혹은 죽을 준비를 꼼꼼하게 마쳐놨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순히 돈을 노린 유괴범이 아니라, 무언가 진지하고 간절한 목표가 있어서 그렇게 했다는 느낌. 교회의 수상함과 합쳐져서 그런 인상이 더 강했다.
이웃으로부터 단골 식당에 대한 정보를 얻고 거기로 이동. 새로운 카드를 사용했다는 걸 알게 된다. 카드 번호로 목요일 오전에 뭘 샀는지 파악했다. 렌트카와 주파수 감지 전파 스캐너가 특히 눈에 띄었다. 범인은 경찰이나 소방의 통신을 들을 수 있다...!! 오하이오에서는 왜 이런 게 불법이 아닌거지. 이쯤부터 상대(린지 필)가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들기 시작했다. 이쪽의 통신을 도청해서 행동할 사람. 누르면 정보를 뱉어내는 정보자판기(..) 같은 NPC가 아니라, 이쪽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예측해서 가장 최적의 선택을 할, 살아 있는 사람. 이런 인식은 테이블 위에 낮게 깔려 세션 전체를 사로잡는 것 같았다.
범행에 사용된 차량의 위치도 파악된다. 금요일 아침에 찾았다고 메모해둔 걸 보면 아마 언론 보도와 관련이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은 안 나지만... 렌트카 회사의 협조로 CCTV를 확인하고 GPS 정보도 얻는다. 마지막 신호가 잡힌 지역을 파악.
그리고 교회의 책도 대충 훑어본 듯. 이집트의 재앙 이야기. 맏이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지 않을(?) 거라는 주장에서 디데이에 벌어질 재앙을 대충 눈치챈다. 에드윈은 둘째지만 리타는 첫째인데...!!
린지 필의 집도 수색해봤는데 시간 순서가 헷갈린다... 린지를 의심하게 된 계기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마 렌트카 회사에서 차량 대여 내역을 조사하다가 린지 필에 닿았던 것 같다. 대여자 중 루이스톤과 관련된 사람은 없는지 살펴봤던 듯. 그리고 린지 필의 집을 수색. 사라진 샷건은 린지가 들고갔겠구나 생각했다. 통신을 도청하면서 이쪽의 행동에 반응하는 상대가 샷건도 들고있대... 린지 필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린지 필이 과거 발푸어 부부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던 것도 조사. 이때 디데이와의 연관성을 알았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렌트카 추적을 시작. 유료 도로는 출구가 참 많았다... CCTV 판독에 한 나절을 꼬박 들여 린지가 운전하는 차가 어디로 나갔는지 확인. 행방은 일단 찾았으나, 거기로 가면 시간상 다시 이 동네로 못 돌아올 것 같아서 일단 딸인 니콜을 만나보기로 한다.
니콜의 집에 가서 니콜과 대화. 니콜은 별로 아는 게 없어 보인다. 그러다 조지로부터 온 편지를 발견하고, 에드윈이 몰래 읽어보려 하나 민첩성 판정 실패로 니콜에게 걸린다. 니콜은 에드윈한테 뭐 하는 짓이냐고 항의하는데, 에드윈은 되려 적반하장으로 따졌다. 아버지를 보호하려다가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아버지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면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대한 협력해달라고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설득 같은 협박 같은 설득이 통해서 편지를 읽는다.
편지의 '집에 가라'는 문구가 약간 꺼림칙해서, 니콜의 집을 나오면서 현관문 문설주를 살펴본다고 선언했다. 왜 굳이 문설주냐면 전날 출애굽기를 읽었기 때문에! 그러자 거기에는 붉은 색으로 문양이 그려져 있다고 로릭님이 묘사했다. 나중에 들으니 시나리오에는 없는 내용인데, 다른 세션에서도 이 부분을 관찰한다는 묘사가 나왔고 타당하다고 생각되어서 추가해 넣었다고 해서 감탄. 이것이 갓 마스터의 대응 능력...!!
직감은 점점 더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이집트의 재앙이 닥칠 것이고, 이를 알게 된 루이스톤이 저지를 위해 레지나를 납치했고 그의 외동딸을 지키기 위해 딸의 집에 보호의 문양을 그려넣었구나 싶었다. 로릭님은 핀포인트로 문설주를 조사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성경 벼락치기 만세!
그리고 린지 필과 레지나를 찾아 유료도로로. 운전은 에드윈이 했다. 현대 수사물이라길래 자동차 운전을 60으로 찍었다. 우리가 차에 타자 로릭님은 '두 사람은 안전벨트를 매나요?'라고 물었다. 당연하죠, 에드윈은 모범적인 운전자랍니다!! FBI로서 운전할 때도 타의 모범이 되어야죠!!^^ 모범적인 동승자인 리타도 안전벨트를 착용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했어야 했다....ㅋㅋㅋㅋㅋ....
갑자기 예보에도 없고 조짐도 없던 우박과 폭풍. 앞유리가 주먹만한 우박에 부서지고 두 사람은 크게 다친다. 망가진 차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르고 있을 때, 백미러에 비치는 검은 차. 이때 정말 긴장감이 넘쳤다. 누구지, 적인가, 다쳤는데 어쩌지... 차에서 누군가 내리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창문을 두드리며 묻는다. '괜찮아요?' 발푸어였다. 검은 폭풍에 부상을 당하자마자 인류 종말을 도모한다고 의심되는 흑막의 등장... 발푸어도 우박에 부상을 당했냐고 묻자, 발푸어 본인도 발푸어의 차도 전혀 그런 흔적이 없다고 묘사하는 로릭님.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혹시 저 인간이 만들어낸 폭풍인거 아냐...??
차가 망가져서 발푸어의 차를 탔었던 것 같다. 차가 완전히 전복되었던 것 같기도... 아무튼 미심쩍어서 발푸어를 돌려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리 FBI를 믿고 편안히 기다려주세요, 이러시면 오히려 더 방해가 됩니다 하고 진심 어린 알피를 했는데(진심으로 떨쳐내고 싶었다) 알았다고 하면서도 멀찍이 서서 지켜본다고 해서 속이 탔다... 흑막으로 의심되는 인간이 우리 감시해...
휴게소에서의 증언에 따라 일단 병원부터 뒤지는데, 어디에도 레지나를 봤다는 기록은 없다. 당황헤서 찾아헤매다가 동물병원의 도난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린지 필이구나 하고 직감. 근처를 수색해서 렌트카를 발견하지만 또다시 거기서 끊겨 있다.
여기에서 다섯 오크나무 호텔에 어떻게 도달했는지는 정말로 기억이 안 난다. 세션 멤버들아 도와줘...
케빈과 대화해서 그녀가 울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수색의 대상은 강하고 치밀하면서도 너무나 안쓰러웠다.
하지만 안쓰러운 건 안쓰러운 거고 나는 SWAT 요원들을 풀어서 모텔 전체를 통제하고 완전무장한 채로 대기하게 한다고 선언했다... 린지의 선한 의도를 거의 확신하고 있었음에도 그랬음... 왜냐면 내 최우선 과제는 레지나를 구하는 것이고, 레지나를 유괴 중인 린지는 샷건을 들고 있으므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채로 레지나를 대화로 설득하려 시도. 하지만 먹히지 않았다. 로릭님은 무장한 요원들을 데리고 왔는데 어떻게 이쪽 말을 믿겠냐고 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 하지만 그 때는 샷건으로 무장한 사람을 상대로 달랑 요원 하나 기자 하나만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2인플이라 경계심이 더 심했던 탓도 있을 것 같다. 호텔 출입을 통제하고, 다른 손님들을 대피시킨 뒤 복도에 요원들을 배치하고, 화장실 창문으로 돌입할 수 있도록 외벽에도 요원들을 배치한다.
23호실의 문설주를 확인하자 여기에도 붉은 표식이. 그리고 무장한 요원들 사이로 메뚜기가 내려앉는다. 한 마리, 두 마리, 수십, 수백 마리가... 메뚜기들은 바닥에 가만히 앉아 상황을 지켜보는 듯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선제공격하지 않도록 지시해놓고, 린지 필과 문틈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우린 당신과 조지 루이스톤의 진의를 알아, 그들로부터 세계를 구하려는 거지? 우리가 도울게, 우릴 믿어. 린지는 거부한다. 당신들을 어떻게 믿어? 당신들은 아무 것도 몰라, 불을 끄면 안 돼, 그 문을 파괴하지 마...
지역 경찰인 오티스 그레이는 지시가 있기 전까지 절대 공격하지 말라는 에드윈의 말을 무시하고 돌입을 개시한다. 안 된다고 외쳤지만 이미 작전은 시작되었다. 문설주는 간단히 파괴되고, 메뚜기 떼가 일제히 열린 문으로 날아든다. 린지 필은 체포되었고, 레지나는 무사히 구출되었다. 일요일 낮의 일이었다.
체포 후 린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린지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아이를 수요일까지 부모에게 돌려보내선 안 돼.' 우리는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레지나를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던 것도 같다. 린지는 큰 반응이 없었다.
레지나와도 인터뷰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레지나에게 많은 걸 묻지 않았고, 대부분의 단서를 놓친다... 알아냈던 건 그저 발푸어 부부가 딸에게는 상냥한 부모였구나 하는 점 정도.
그리고 화요일이 지날 때까지 레지나를 어떻게든 집에 돌려보내지 않기로 결심하지만... 신체검사와 조서 작성, 정신 상담 등등 갖은 이유를 다 대도 아이를 부모의 품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꺾을 수는 없었다. 발푸어 부부는 레지나를 바로 넘기라는 법원의 명령서를 에드윈과 리타에게 들이밀었다. 이쯤부터 초조해지기 시작.
어쩔 수 없이 레지나를 돌려보내지만, 대신 에드윈과 리타를 포함한 요원들이 교회와 집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한다. 린지가 체포되었지만 유괴의 진의가 불분명하며, 다른 공범이 있을지도 모르니 무장 요원들이 지키고 있겠다고 말한다. 거절당하지 않았고, 우리는 화요일까지 발푸어의 집에 머물기로 한다.
그날 밤, 발푸어의 집을 최대한 수색하지만 수상한 점을 발견하진 못한다. 레지나 구출 이후에도 교회를 수색했던 것 같기도 한데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린지 필의 실종 소식을 듣는다. 유치장에 불이 꺼진 뒤의 일이었다. 나는 발푸어의 음모와 레지나의 구출에 정신이 팔려 린지를 잊고 있었다. 철렁 하고 발밑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화요일 저녁.
에드윈과 리타는 예배에 참석한다. 정전이 있었고, 촛불로 밝힌 예배당은 어둡다. 우리는 발푸어가 레지나를 희생양으로 정했다는 걸 알고 있다. 무장한 요원들이 예배당을 둘러싸고 있지만, 발푸어 부부는 태연하다.
난 발푸어가 레지나를 찌르기 전에 막으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기 중인 요원들에게도 그렇게 지시했고, 에드윈도 어둠을 틈다 기도하는 발푸어의 뒤쪽에서 살금살금 접근해 놓은 상태. 레지나의 희생만 막으면 모든 게 다 잘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발푸어의 기도 끝에 유월절 천사가 예배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보다 너무 이른 시점이어서 정말 당황했다. 발푸어 부인이 레지나를 데리고 나오고 발푸어 목사가 칼을 치켜드는 걸 보고 달려들어 발푸어 목사를 제압했다. 총으로 다리를 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던 것 같다. 리타는 레지나를 그 애 어머니에게서 떼어내서 지켰다. 순간 안심해서 방심해버렸다. 발푸어 목사는 자기 아내에게 칼을 던졌고, 발푸어 부인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을 칼로 찌른다. 검은 바람이 풀려난다.
리타는 레지나의 손을 잡고 예배당을 빠져나갔고, 에드윈은 혼잡한 예배당에서 빠져나가는 데 실패한다. 리타가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고민할 때, 레지나가 '언니, 지하 대피소로 가자!'라고 말한다. 지하 대피소에는 익숙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리타와 레지나는 대피소에 들어가 문을 닫고 기다린다. 에드윈은 기절했다(...
에드윈이 정신을 차리면 그곳은 예배당으로부터 1km쯤 떨어진 곳이다. 검은 바람에 날려온 것 같은데, 죽음을 예감한 것과는 정반대로 몸에는 상처 하나 없다. 함께 날려온 듯한 사람들이 주변에서 부스스 일어나 같이 어리둥절해 했던 것 같다.
리타는 검은 바람이 잦아든 뒤 대피소 문을 열고 나온다. 레지나와 함께.
대피소로 들어간 사람이 맏이인 리타고 못 들어간 사람이 막내인 에드윈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반대였으면 큰일 날 뻔...
[후일담]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모든 진상을 언론에 공개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에드윈은 짝사랑하는 선배에게 고백했고, 받아들여졌다(고 우겼다. 후일담이니까!). 에드윈은 결혼하면서 레지나를 입양할 생각이고, 이 문제에 관해 선배와도 합의했다.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리타의 후일담은 어땠더라... 기억이 잘 안나 미안ㅠㅠ 락아 알려줘ㅠㅠㅠ...
[남은 이야기]
플레이 흐름은 이렇게 끝. 정말 정말 정말 최고의 플레이였다. 예상과 자꾸 달라지는 전개에 부딪히며 휩쓸려버리는 느낌도 좋았다. 특히 레지나 구출 이후에. 내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발푸어에게 놀아나는 느낌도 들고, 거기에 정신이 팔려 린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들었다. 유월절 천사의 거대한 힘 앞에 내 혼신의 저지는 너무나 미약한 발버둥일 뿐이라는 무력감도. 그렇지만 레지나의 희생을 막았고 검은 바람의 완전한 해방도 막았다. 무고한 어린 아이가 희생되지 않게 지킬 수도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열심히 했다 싶지만, 에드윈과 리타는 축배를 들진 못 하겠지...
이날 플레이 막바지에 스터디룸 예약 시간이 끝나서(내가 일이 늦게 끝나서 늦었다. 죄송합니다ㅠㅠㅠ) 일단 나가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나머지 부분을 마저 플레이했닼ㅋㅋㅋㅋ 유월절 천사는 카페에서 강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