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카페 행사 참가이자 첫 겁스 플레이!! 모든 테이블이 다 재밌어보여서 한참 고민했다. 전부터 겁스 정말 해보고 싶었고, (겁스와는 다르다는) 얼스의 명성도 익히 들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 신청 다음날 티알을 하고 알피져분들을 만났는데, 얼음님 테이블을 신청했다고 하니 다들 정말 재밌는 시나리오라고 하셔서 이미 높은 기대감이 더 상승. 그리고 겁스와 얼스는 다르다는 말을 듣고 난 얼스가 겁스와 다르다면 겁스 예습은 안 해도 되겠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룰 예습 하나도 안 해갔다 (..
[들어가며]
1.
얼음님 테이블 플레이어들 중 처음으로 도착!! 그리고 룰 설명을 세 번 듣게 되는데...
구석에 있는 넓은 테이블이었다. 테이블 사용이 다소 불편한 대신 주변 소음이 적고 자리를 넓게 쓸 수 있어서 좋았다.
2.
전프레(?)로 받은 홀더에 할로윈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너무 좋았다ㅠㅠㅠㅠ 귀엽...
카페 스탭분들과 참여하신 분들의 코스프레가 멋졌다...!! 간식도 맛있고 샹그리아도 최고!! 할로윈 장식도 좋았다. 우리 테이블엔 거미 인형이 있었다.
3.
신청을 하면서도 시나리오에 대한 감이 전혀 안 잡혔다. 시나리오 소개엔 편지가 둘 있는데 이게 뭘까... PC 구분 없는 거 맞나...?? 그냥 좋아하는 숫자로 신청.
4.
마스터 얼음님은 열린 마음을 가질 것과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끝나고 보니 플레이어 각자의, 그리고 모두의 합의에 의한 선택이 정말 의미 있고 중요했던 시나리오라는 걸 체감.
5.
물이 흐르듯이, 그리고 꿈이 전개되듯이 흘러가는 시나리오이고 마스터링이었다. 오오 이것이 얼스...!!
[배경]
마법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드물게 태어나고, 그들을 마법 학회에서 교육시키고 통제하는 세계. 학원의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도 제대로 알기 힘들다. '나'도 마찬가지. 마력을 회복해내는 재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자세한 건 알지 못하고 여러 실험에 불려 가서 마력 회복 셔틀로 쓰이고 있다. 겨울산동태님이셨나, "배터리"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
마법 학회 학원의 학생들은 성인이 되면 학회 소속으로 머물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머문다면 현재와 같이 통제된 생활을 계속해야 하고, 떠난다면 비밀 유지 서약 등등을 하고 평범하게 살 수 있다.
[도입]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
눈 앞에는 두 개의 편지가 있다. 먼저 하나는 학장의 편지이다. 학장은 마법 학회의 권위자로, 푸른 로브를 입고 다닌다. 편지의 내용은 마법적 실험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화려한 수사와 현학적인 문장으로 쓰여져 있다. 이 실험을 도와주면 특별히 마법 지식을 전수해준다는 파격적인 제안.
도입부에서 마스터 얼음님의 의식의 흐름 같은 묘사와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꿈에서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건너뛰는 느낌. 흐릿했던 기억이 갑자기 생생해지기도 하고, 현실에서 보고 들었던 것들이 꿈 속에서 나오는 느낌이기도 했다. 정말로 꿈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몰입도 더 잘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이 편지를 읽고 마음이 흔들렸다. --> 왜 흔들렸을까? --> 그것은 나의 연인 때문이다. 나의 연인, 마리안. 나와 같이 마법 재능이 있는 동갑내기 소꿉친구. 마리안은 라벤더 향기를 좋아해서, 그녀의 근처에서는 언제나 라벤더 향이 난다.
그리고 여기에서 마리안이 어떤 사람인지 정하는 시간!! 얼음님이 뭐든 말해보라 하셨다. 우리가 던진 말들을 모으고 서로 합의해서 마리안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간다고. 그렇게 해서 정해진 마리안은,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고, 밝은 성격에, 모두에게 상냥하지만 특히 나에게 더 상냥하고, 긴 검은 머리카락에, 라벤더 향과 어울리는 연보랏빛 로브를 입고 다니며, 안경을 쓴 사람. 취향을 모아서 만들었으니 당연하겠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다시 학장의 편지로 생각이 돌아온다. 나한테 편지를 보낸 학장은 학회의 다섯 명의 학장 중 한 사람으로, 차원이동 실험을 계획하고 잇었다. 그러나 다른 네 학장은 그 실험에 모두 반대해서 지원을 못 받는 상태. 그래서 마법지식 전수라는 매력적인 제안을 해가며 마력 회복을 할 수 있는 나를 끌어들이려 한 것.
그 다음으로 마리안의 편지에 생각이 미친다. 편지 안에는 고양이 모양 팬던트가 들어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것으로, 마리안이 어릴 때부터 지니고 있던 부적 같은 팬던트이다. 마리안은 이것이 나를 지켜줄 거라고 한다.
마리안에 대한 생각이 계속 밀려든다. 우리는 약혼을 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하자고. 마리안은 학회를 나가기로 선택했다. 나는 이 실험에 참가한 걸 보니 학회에 남겠다는 선택을 한 것 같지만, 학장에게서 마법 지식을 전수받으면 어느 정도 자유로운 생활과 특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꿈은 계속해서 휙휙 전개된다. 어느새 난 마법화 실험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나선 모양의 통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나오는 실험장. 관문을 통과했는데, 눈앞에 마리안이 있다. 마리안이 왜 여기에?
얼음님이 마리안을 보고 각자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질문. 난 실험을 앞두고 긴장해 있다가 반가운 마음에 갑자기 긴장이 풀려 마리안을 포옹한다고 했다. 다른 분들은 왜 네가 여기에 있냐고 캐묻고, 무슨 일이냐고 태연하게 묻고, 반갑게 인사한다고 하셨다. 주사위를 굴려서 정한 실제 행동은 반기는 것. 기준치와의 차이값으로 결과를 정하는 판정 방식의 튜토리얼이라고 한다.
그리고 선택되지 않은 셋은 문득 "이거 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지? 난 다른 행동을 하려 했는데. 내가 나를 연기하는 것 같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마리안을 볼 때면.
PC를 선택할 수 없어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는데 이런 식으로 중요한 행동을 판정해서 한 쪽의 승리로 이끌어가는 걸까 싶었다. 그리고 이 때 고양이 펜던트를 누가 가질지 정해졌던 것 같다. 펜던트는 까만애님에게로!!
그러고보니 마리안의 마법 재능은 마력을 감지해내는 능력이다. "내일은 비가 올 것 같아"라며 마리안은 웃는다. 내일은 우리가 결혼하는 날. 이 실험을 마치고, 우리가 처음 만난 고향에서.
꿈이 또다시 넘어간다. 마법 실험이 행해졌지만, 무언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공이 응축되며 크리스탈이 나타나고, 그 크리스탈이 지능이 있는 것처럼 폭주하며 사람들을 공격한다. 크리스탈의 인력에 빨려들어간 실험 동료는 붉은 피 분수만 남기고 사라져버리고.
나는 있는 힘껏 도망치지만 크리스탈은 나를 바짝 쫓아오고, 달려도 달려도 복도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복도 끝에서 문득 두 사람을 본 것 같다. 마리안과, 푸른 로브를 입은 나의 모습. 그 순간 크리스탈에 빨려들어가며 정신을 잃는다.
[어떤 세계]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크리스탈 볼. 작은 크리스탈 볼 여러 개가 모빌처럼 달려 있다. 그리고 그 크리스탈 볼에 네 개로 조각난 내 모습이 비친다. 잠시 당황했던 것도 같지만, '꿈이니까' 라고 납득하고 넘어가지 않았을까. 네 사람(?)은 의식과 생각이 동기화되고 있다. 서로가 보는 것, 생각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상태.
방에는 문이 없다. 창문 하나와 거울과 아기 요람뿐. 어릴 때 살던 동네인 것 같다. 마리안의 집 같은 느낌. 다만 지금 집은 아닌 것 같다. 옛날의 모습.
크리스탈 볼은 만져지지 않는다. 나머지 물건들도 마찬가지. 뭐지 유령인가...
요람에는 '사랑하는 마리안에게'라고 적혀 있고, 어린 아이가 있다. 검은 머리의 아이. 나를 인식하는 듯, 내 쪽을 보며 웃는다. 고양이 펜던트를 목에 걸고 있다. 그런데 고양이 펜던트를 걸고 있는 까만애님 쪽에 유독 더 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거울을 보면, 그 안에는 네 개로 나뉜 자신이 아니라 단 하나의 내 모습만 비친다.
창문 밖에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 마법학회의 성채의 모습이다. 그런데 실제 광경이라기보단 삽화 같은 느낌. 늘 걸려 있어야 할 학회의 깃발이 없다. 마차가 보이는데, 길 끝에서 시야에서 벗어난 마차는 길의 다른 쪽 끝에서 나타난다. 시간이 반복되는 것 같다.
문득, 거울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거울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내가 거울을 살펴보면, 거울 표면이 출렁거리고 있다. 손을 갖다대면 무언가의 통로인 것처럼 통과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걸 알려줄까 했지만 어차피 모든 정보는 공유되는 상태. 나는 다른 세 명의 나를 슥 바라보고 거울에 들어간다. 요람 근처의 다른 분들은 아기 마리안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서 거울 속으로 따라 들어온다.
[이 세계의 '너'와 '나']
거울을 통과해 나오면 2층 복도이다. 1층 거실에서 푸른 로브의 남자가 마리안의 부모님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연보라색 로브를 입은 소녀가 계단에 앉아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익숙한 라벤더 향기. 어린 마리안은 고개를 돌려 우리 쪽을 보고서 미소짓는다.
"애인이 네 명이나 생겨버렸네."
마리안??!?!??
일단 마리안은 확실히 우리가 보이는 건가...?? 아 근데 마리안 이 말 너무 좋았다ㅠㅠ 애인이 네 명이나 생겨버렸네...
우리는 마리안에게 현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 너는 어떻게 우리를 볼 수 있냐, 우리는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거냐... 마리안의 설명에 따르면, 실험이 실패하며 우리는 지금의 이 세계에 끌려들어 갇혀 버렸다. 마리안의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과 내가 갖고 있는 팬던트의 기척을 이용해서 겨우겨우 여기까지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그러나 대부분 부족하고 두서없는 설명이다. 감정적이고 애절하지만 마리안도 뭐가 뭔지 잘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저 반복해서 하는 말은 "날 믿어줘, 여전히 널 사랑해."
마리안은 펜던트를 통해 나를 찾아낼 수 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펜던트를 몸에서 떼어놓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학장을 노려보며 저 사람은 악마이니 믿지 말라고 한다. 마리안은 시간이 다 되었다며, 곧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서서히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마리안의 시선은 내게서 떠나지 않는다. 애절한 눈동자가 마지막으로 가루가 되어 흩날린다.
그때 우리 쪽에 등을 돌리고 있던 학장이 우리를 향해 말을 건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추고 푸른 로브의 학장이 몸을 돌려 우리를 바라보는데, 학장은 바로 나 자신. 내가 네 명으로도 모자라서 다섯 명이 되다니...!! 애인이 다섯 명이 됐어 마리안...
내 모습을 한 학장은 '그 여자는 악마다'라고 얘기한다. 자신도 그 실험의 실패로 이 세계에 갇혔는데, 분열된 자아들이 힘을 합쳐 이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마리안의 형상을 한 그 악마가 자아들을 이간질해서 서로 죽이게 만들었다고. 사건이 반복되는 이 세계에서 자신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길고 긴 시간을 거쳐 왔고, 결국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우리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자아가 죽을 때마다 기억이 부분적으로 사라지며, 그것은 그가 피하고 싶은 일이라고.
다른 플레이어 분이 학장에게 당신도 마리안의 펜던트를 갖고 있냐고 묻자 고양이 모양 펜던트를 보여준다. 진짜 '나'가 맞긴 맞는 건가...? 그런데 우리에게는 펜던트를 버리거나 자기한테 달라고 종용. 악마가 펜던트를 매개로 찾아와서, 그 펜던트를 지니고 있으면 무서운 일이 생길 것이라며.
플레이어들은 다같이 혼란에 빠졌다. 둘이 서로 정반대의 얘기를 해... 우리는 누구를 믿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건가...
마리안은 감정을 가득 담아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현 상태에 대한 설명은 잘 하지 못한다. 잘 모른다고 했지만 모르는 건지 감추는 건지는 알 수 없고. 학장은 보다 이성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지만 그 설명도 불완전한 면이 있다. 어떻게 학장이 되었냐고 물으니까 강한 능력을 얻게 되자 저절로 이렇게 되었다고. 정말 꿈에 어울리는 전개긴 하지만... 믿음은 잘 안 가고...
이쯤에서 플레이어들의 메타 토론 타임. 실시간 동기화되니까 굳이 알피로 토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플레이어 모두 마리안과 학장 둘 다를 의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리안도 못 믿겠고 학장도 못 믿겠고... 여긴 어디 나(들)은 누구...
나는 둘 다 의심스럽지만 학장이 좀 더 의심스럽다는 쪽이었다. 왜냐면 말이 많아서... (??
학장은 말은 잘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등 설득력이 있는 듯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을 더 의심하는지는 반반 정도로 갈렸지만 플레이어 모두 둘 다 의심했기 때문에 일단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건 보류하기로 합의. 펜던트를 버리거나 학장에게 주지 않고 갖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마리안을 다시 만나서 추궁해보기로. 그 뜻을 학장에게 전하자 학장은 실수하는 거라며 몸을 홱 돌리고는 그대로 미련 없는 듯이 가루로 변해 사라져버린다.
이쯤에서 네 인격 중에 두 번째 개성이 부여됐던 것 같다. 첫 번째 개성은 고양이 펜던트를 가진 까만애님! 이번에는 우리 중 누가 제일 의심이 많았는지 정해보자고 해서 까만애님과 야마다님이 공동 1위로 올랐는데, 까만애님은 이미 개성 하나가 있으니 이번에는 야마다님이 가지는 걸로. 그래서 야마다님이 뭘 받았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전투에서 비현실 기능을 쓸 수 있었던 건 기억나는데...
[첫 번째 전투]
마스터 얼음님이 이제 전투가 시작될 건데 마리안과 학장 중 어느 쪽이 도와주러 오면 좋겠냐고 질문하셔서, 메타 고민 타임이 연장되었다. 둘 다 의심스러운데 둘 중 누가 오는 게 좋을까... 얼음님은 이 선택이 이후의 일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라고 했다.
나는 마리안보다 학장이 더 의심스럽기도 하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우러 오는 사람이 연인이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타이밍에 마리안이 나타나면 어쩐지 더 의심스러워질 것 같았다. 학장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마리안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우리가 위험해진 줄 어떻게 알고 그 타이밍에 딱 맞춰 나온 거지...? "네가 왜 거기서 나와...?"(feat. 야마다님(아마))
그래서 보고 싶은 건 마리안이지만 지금은 학장이 도와주러 왔으면 좋겠다는 걸로 선택. 우리들은 어느새 비현실적으로 긴 복도에 서 있고, 크리스탈 볼이 회전하며 우리를 쫓아온다. 그때 푸른 로브를 입은 학장이 등장하고, 크리스탈 볼에 맞서는 전투가 시작된다.
겁스...아니 얼스 전투 정말 재밌었다!! 크리스탈 볼의 행동이 제시되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지들이 주어진 가운데 가능한 행동들을 조합하여 승리를 달성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마법 투사체 준비와 발사가 따로 이루어지고, 학장을 중심으로 하는 결집과 크게 한 방 날리는 섬광이 있기 때문에 모두의 현 상태와 주사위 눈의 확률 등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전략을 잘 짜야 했던 전투였다. 여기서 야마다님의 명료하고 체계적인 메모가 멋졌다. 나는 초반에 속력 변화가 잘 이해가 안 되어서 헤매다가 메모를 포기했다...
아무튼 결집해서 섬광을 쏘는 게 결국 핵심. 다만 크리스탈 볼의 HP가 절반 이하가 되면 끔찍한 모습으로 변신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크리스탈 볼의 HP 1/3 정도는 투사체로 깎고 나머지는 섬광을 쏘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사위가... 잘 안... 나와서... 데미지를 크게 깎으면 좋았을 시점에는 발사 실패나 회피 성공이나 데미지 2 이런것밖에 안 뜨더니 아슬아슬한 순간에는 데미지가 크게 들어가서 HP가 절반 이하가 되고... 결과적으로 크리스탈 볼이 아주 끔찍하게 변신했다. 두 개가 되었어... 하나로도 힘들었는데ㅠㅠㅠㅠㅠ 심지어 다 결집하지 못한 채로 급하게 섬광 쓰느라 겨울산동태님이 2D6의 데미지를 받게 되었는데, 아무튼 즉사만 안 하면 되니까 10 미만으로만 나오면 되겠지 했는데 딱 10이 나오고...하나라도 죽으면 거기서 끝이라는 공지가 이미 있었어서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주운 없는 우리를 안쓰럽게 여기신 마스터 얼음님은 주사위를 다시 굴릴 기회를 주셨다. "던지지 말고 굴리세요!" 그렇게 던지지 않고 다시 굴린 데미지 값은 10에서 1 감소한 9. 그래도 즉사는 아니야...
뒤늦게 섬광으로 한번에 끝장내자고 해서 3턴인가 충전을 해서 일격을 가한다. 정말 힘들게 얻어낸 승리...!!
[두 개의 나선, 선택의 기로]
정신을 차려 보면 학원의 기숙사 방이다. 세계는 현실 같지 않던 광경에서 벗어나 어느새 색깔이 어느 정도 생겨나 있다. 평온한 마음이 든다.
책상 위에는 학장의 편지 한 통과 푸른 색 장미 한 송이가 있다.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른다. 학회를 떠나면 동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던 마리안의 모습. 마리안은 푸른 장미가 등장하는 동화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학장의 편지에는 푸른 글씨로, 진실을 알고 싶다면 학장실로 오라고 적혀 있다.
푸른 장미를 집어드는 순간 마리안이 말했던 동화의 내용이 기억난다.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였다. 푸른 장미를 갖고 싶어하는 공주를 위해 왕자는 여행을 떠난다. 수많은 시련 끝에 왕자는 푸른 장미를 구해서 돌아오지만, 긴 세월 사이에 공주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푸른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
문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검은 고양이가 방 문을 긁고 있다. 복도에 서서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 바라본다. 그곳은 마리안의 방 쪽.
반대편에는 푸른 빛의 선이 희미하게 나타나 있다. 학장실로 향하는 푸른 화살표. 이제 정말로 선택의 시간.
어느 쪽을 찾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중에 얼음님 말하길, "둘 다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둘 다 가보기로 한다. 세 사람은 마리안에게, 한 사람은 학장에게. 나는 마리안에게 갔다. 난 아직도 학장 쪽이 더 수상했다.
마리안의 기숙사 방에 가면, 성인 모습의 마리안이 있다. 마리안이 쓴 동화책도 방 안에 있다. 마리안은 내가 사라진 후 온 힘을 다해 나를 찾으려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동안 현실 세계에서는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마리안의 동화 속 이야기처럼. 이 세계를 벗어나면 마리안은 이미 죽은 게 아닐까 싶었다.
그와 동시에 '나' 중 하나는 학장실에 가 있다. 까만애님이셨나 겨울산동태님이셨나... 학장은 풀죽은 듯한 모습이다. 천장에서 종이들이 나풀나풀 떨어지고 있다. 그 종이에는 '사고경위 조사서'라고 적혀 있다. 내가 참여했던 그 실험에 관한 조사서. 참여했던 사람들의 명단이 쭉 적혀있다. 대부분 사망이고, 내 이름 옆에는 '실종'이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어쩐지 흐릿해서 읽을 수 없는 이름이 하나 있다. 옆에는 '사망'이라고 적혀 있다. 학장은 진실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흐릿하던 글자가 이내 또렷해진다. 그 이름은 '마리안'.
학장은 마리안이 이미 죽었다고 말한다. 그 사고에 휩쓸려서 죽었다고 했던가...? 그 때문에 자신은 이 세계에 나오는 마리안은 마리안의 형상을 한 악마임을 확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학장은 자신은 여전히 마리안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마리안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의 형상을 한 가짜를 용서할 수 없다고. 진짜 그녀를 되찾고 싶다고. 그녀가 잠든 무덤에 꽃을 바치고 싶다고.
최종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마리안과 학장의 모습을 한 나 중 누구를 택해야 할지. 누가 진실일까. 둘 중 진실이 있긴 한 걸까?
우리는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진실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것이 진실이 되는 것 같았다(비현실을 제외하면).
나는 여전히 마리안 편이었다. 학장이 더 수상해보여서도 있고, 마리안을 택하는 편이 이 세계에서 탈출한다는 우리의 목적 달성에도 더 적합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학장은 이 세계 안에 갇힌 사람이니까, 외부에서 나를 찾으러 온 마리안을 선택하는 게 탈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마리안 1 : 학장 3 이었다가 2:2가 되고, 시간관계상 주사위를 굴려서 결정. 이 시점에서 이미 30분 정도밖에 안 남아있었다. 첫 번째 전투에서 너무 시간이 많이 들었던 탓일까...
결과적으로 마리안을 선택하는 걸로 결정되었다. 주사위의 뜻...!!
[두 번째 전투]
학장과 검은 구체를 상대로 하는 전투. 이번에는 마리안을 중심으로 집결할 수 있다. 적의 행동 방식이나 변신 조건은 첫 번째 전투와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방어막도 있고 회복도 있다. 첫 번째 전투에서는 하나가 되어 함께 싸웠던 학장을 이번에는 적대하게 되다니.
다시 야마다님의 체계적인 메모가 빛났다. 이번에는 초반부터 결집해서 섬광을 쏘는 전략으로 임했다. 모두의 HP와 FP를 일시에 회복시킬 수 있는 아이템 푸른 장미도 있으니 든든!!
...하지만 시간이 택도 없이 부족했고... 결국 '이 전개대로라면 아마 이길 테니 전투에서 이긴 것으로 하고' 엔딩 설명을 간략하게 듣기로 했다. 아무튼 승리했을 거야...!!
[결말]
'나'는 눈을 뜬다. 그곳은 병실 안. 문가에서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면, 검은 머리의 어린 여자아이가 걸어온다. 마리안을 꼭 닮은 소녀이다. 그 옆에는 노인이 된 마리안이 있다. 학장이 소멸할 때 생긴 균열을 틈타 나를 현실로 데려올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나는 이게 '트루엔딩'인가 궁금했는데, 학장을 택하면 현실로 돌아와서 마리안의 무덤에 꽃을 바치는 것이 엔딩이 된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선택이 정답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것을 택할 것인지의 문제였던 것 같다. 플레이어들이 선택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현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TRPG에서 이런 느낌의 선택은 처음 해 보는 것 같은데, 정말 좋았다. 세계를 다같이 만들어간 느낌. 우리가 구축한 세계가 우리가 바라는 세계였길.
비현실을 썼을 때의 결말도 들었는데 충격적이었다. 모든 게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의 환상이었다고. 어떤 간호사에게서 라벤더 향이 난다... 이건 반대로 모든 선택이 의미를 잃고 함께 쌓아올렸던 세계가 무너져버린 결말일까. 무섭...
[감상]
1.
간단 후기에 썼던 내용이지만, 이 세션을 하고 그동안의 내 티알 전투 스타일에 대해 반성했다. 너무 안일했어... 많이 했던 게 크툴루의 부름이라서 내 턴 돌아오면 사격이나 접근전 판는 정도로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전투를 하지 않았나 반성을.
2.
전투가 정말 재밌었다. PC 개인 단위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모두 연계하고 전략을 잘 짜서 대항해야 이길 수 있었다. 전체적 흐름을 정하고 그걸 고려하며 각자의 순서와 행동을 정하는 게 재밌었다. 제한된 선택지지만 그걸 조합하고 활용해서 전투를 이끌어가는 것도 좋았다. 이렇게 고민고민해가며 전략 짜서 전투했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3.
플레이어 간의 교류와 소통이 정말 중요했던 시나리오였다!! 각자 상황을 판단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 주장을 강화하거나 수정하면서 플레이를 했다. 의심과 바람과 추리들 사이에서 내 생각을 충분히 얘기하고, 다른 분들 생각을 들으며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
4.
주운... 너무 없었어...
성공도 13으로 아슬아슬하게 하고... 발사체는 만들어놨는데 쏘질 못하고ㅠㅠㅠㅠㅠ
5.
급하게 들은 비하인드 스토리였지만 정말 좋았다. 전투 시스템을 먼저 짜고 그에 맞게 흐름을 만드셨다고. 그리고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으로 비춰지는 펜던트의 의미 등등. 세 번째 전투의 가능성도 멋졌다!! 세 번째 전투가 있었다면 초자아가 될 예정이었던 야마다님이 아쉬워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