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소개에 꽂혀서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시나리오. 로릭님이 무슨 시나리오 플레이하고싶냐는 말에 수집가의 별장 돌려달라고 졸랐다. 로릭님 감사합니다!! (응상톤
그러나 우리는 정말 빠르게 거의 모든 함정을 돌파하고 탈출 클리어(?)를 해버렸고... 나중에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플레이할 때 느꼈던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플레이 중에는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는 느낌이었음. 이 느낌은 시간이 남아서 다음으로 플레이한 시나리오에서도 이어진다... 이게 다 락이의 놀라운 추리력 덕분!!
이 세션에서는 기존 PC들을 다시 사용했다. 나는 <절망의 고도> 때의 뮤지컬 월드스타 요제프 토드를, 락이는 <나를 잊지 말아요> 때의 아이작 애들러를. 성격 안좋은 미남 알피하는거 너무 재밌어ㅋㅋㅋㅋ
필수 소지인 자신과 가까운 물건은, 아이작은 스마트폰이고 요제프는 딸이 만들어준 열쇠고리. 딸을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이전 시나리오였던 절망의고도에서 딸과 이혼한 전 아내에게 돌아가기 위해 현 애인을 배에서 밀쳐서 죽였죠... 이 세션 직전쯤 전 아내와 재결합했다고 해도 될듯. 이 소중한 물건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궁금했는데 플레이 도중에 존재를 잊어버렸다...
요제프는 해외 공연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이다. 비행기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면 (또) 모르는 공간이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있고, 거실은 샹들리에의 불빛으로 밝다. 현대 주택의 내부같은데, 창문은 하나도 나 있지 않다. 손에는 쪽지가 들려 있다. [당신은 나의 별장에 무단침입 중입니다. 이용료를 내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일어나서 서로 어색하게 인사했던 것 같다ㅋㅋㅋ
"어..."
"음...."
"안녕하세요 요제프 토드입니다"
"아이작 애들러입니다"
"저 뮤지컬 스타인데 혹시 아시나요?"
"아뇨 뮤지컬 안 봐서"
"(시무룩)"
이런 대화 절망의고도 때도 있었는데!! 요제프 힘내라 넌 내 마음속에선 월드스타(인 설정)이야...☆
그리고 이용료를 내라는 쪽지를 보고... "아악 안돼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헉 당신도요? 저돈데" 하는 대화를 나눈다.
'근데 여기 어디죠 전 비행기타고 있었는데' 하는 대화를 하며 지금 있는 거실을 둘러본다. 현관문이 있길래 다가가보는데, 문이 아니라 문처럼 보이는 그림. 문고리도 그려져있다. 문에는 쪽지가 붙어 있다.
[빈 집 이용료는 ‘귀중한 것’ 하나로 받습니다. 두 개의 빈 자리 중 하나를 채우십시오.]
[소중한 수집품을 훼손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
빈 집 이용료는 귀중한 것 하나...? 두 개의 빈 자리 중 하나를 채우라니. 당시는 아무 것도 짐작하지 못했다. 사실 나는 끝까지 시나리오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가 정말 핀포인트로 옳은 길을 고르고 별로 튀는 일 안 하고 일직선으로 역경을 헤쳐나가서...!!
한쪽 벽면 거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장식장을 먼저 둘러본다. 벽면은 유리, 몸체는 나무. 무거워보이는 장식장이다. 물건들은 완벽히 정돈되어 있다. 모두 조각상인데, 모든 것들이 왼손의 손목으로만 되어있다.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 왼손목 조각상들.
둘 중 하나의 손목을 잘라서 넣어야 하는 건가ㄷㄷㄷ하면서 진열된 조각상에 빈 자리가 있나 찾아본다고 한다. 관찰력 판정에 성공해서, 가운데 줄에 손이 아니라 문 모양의 조각상이 잇다. 한 뼘 조금 넘는 문 모양의 조각상이다. 닫혀있는 아치 문에, 잠겨 있는 자물쇠 그림. 자세히 보면 이 조각상은 고정되어있고, 뒤쪽에 반쯤 타고 있는 초가 촛대에 꽂혀 있다.
이것만으론 잘 모르겟어서 조사를 더 해보기로 하고, 샹들리에를 관찰해본다. 2m정도의 높이이고, 앤틱풍, 전구로 빛을 내는 평범하고 약해보이는 샹들리에.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려서 이게 떨어지려나 생각했던 것 같다. 요제프의 직업병이었을수도.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정말로 떨어뜨려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동쪽 문은 저항 없이 열린다. 동쪽 방에 들어가보면, 전구가 있으나 어둡다. 보이는 건 탁자와 나무상자들. 테이블 위에는 칼 한 자루, 총 한 정, 그리고 손으로 쓴 쪽지가 한 장 있다.
[문 안에 열쇠가 들어 있는 동안만 이용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열쇠가 문 안에 영영 갇히기 전에 돌아와야 합니다]
[비밀 문 뒤에 있는 것은 배가 불러 온순하고 귀여운 애완동물. 하지만 상처에는 주의하십시오]
[잃어버린 ‘귀중한 것’은 엄지 손톱에]
아직도... 잘 모르겠다...
메모에는 '초 하나'라고 적혀 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총 한 정'이라고 나와 있다. 아마도 내가 '총'을 초로 잘못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총을 집어든다고 하지 않았다...
나무상자는 어른 키만한 상자. 관뚜껑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세 개의 관에는 하늘로 뻗는 드한 왼쪽 손목, 맨 오른쪽 구석의 관에는 커다란 아치 문. 그 문은 장식장의 문 조각상과 똑같은 모양이다. 이 안에 열쇠를 찾아서 넣어야 하나 싶었다.
손이 그려진 관을 살짝 열면 퀘퀘한 냄새가 나는데, 어두워서 뭐가 있는지는 잘 안 보인다. 플래시로 비춰보자 하얀 뼈가 보인다. 깜짝 놀라 활짝 열었더니 안에서 나오는 건 백골. 왼손의 뼈가 없다. 당황해서 다른 관들을 열어보면, 손이 그려진 관에는 모두 왼손이 없는 백골이 들어있고 아치가 그려진 관은 비어있다.
이쯤에서 요제프는 패닉했던 듯("으아아아 이게뭐야 집에갈래"). 뼈를 다른 곳으로 가져가려 하면 백골이 움직여서 전투가 발생하는데, 우리는 뼈를 들고 옮긴다는 발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조각상을 옮기는 등 필수 소지품이 망가질 수 있는 행동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상을 알지 못하고 안전하게 생환할 수 있었던듯.
'엄지 손톱'이라길래 거실의 장식장에 있는 손 조각들의 엄지손톱을 하나하나 살펴본다고 했으나 별다를 건 없었다.
서쪽 방에 들어가서 관찰력 판정 성공으로 방 중앙의 갓등 스위치를 발견한다. 스위치를 누르자 갓등이 켜지며 방이 붉은 빛으로 물든다. 정육점도 아니고 붉은 조명이라니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떤 의미에선 정육점과 비슷했다... 가운데에는 큰 작업대가 있고, 작업대 뒤에는 큰 장식장, 문 근처에는 책이 가득한 낮은 책장이 있다.
작업대 위에는 무거워보이는 칼날이 달린 기계장치가 있다. 큰 고깃덩이를 자르는 기계 같다. 그리고 케이스에 든 주사기와 약을 발견. 판정에 성공해서 이 약은 마취제라는 정보를 얻는다. 약은 충분히 남아 있다. 주사기에 꽉 채울 수 있을 만큼.
이때 들었던 생각은... 우리 왼손을 잘라야 하는건가?!? 잘라서 장식장 안에 놔야 해???
멋대로 데려와놓고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이긴 한데 일단 마취제라도 줘서 감사합니다...? 이왕이면 지혈할 수 있는 도구도 주세요 손목 자르고 과다출혈로 죽으면 어떡함... 그래도 마취제가 있으니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까...☆
장식장을 살펴보면 여기도 줄을 맞춰서 왼손목 조각상들이 있다. 거실에 있는 건 여러가지 재료로 된 조각인데, 여기의 조각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처럼 뭔가 모를 생기가 느껴진다.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되고... 혹시나 싶어서 여기서도 엄지손톱을 살펴보지만 별 건 없다.
조각상마다 이름이 적힌 표가 붙어있다. 오른쪽 한편에는 두 개 정도 비어있는 공간이 있는데, 아래에 이름표는 붙어있다. 한 곳에는 '잃어버린 아나스타샤', 그리고 나머지 한 곳에는 '요제프 토드'. 아이작 입장에서는 '아이작 요들러'라고 적혀있다고. 이걸 깨닫고 다같이 이성 판정.
으아악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내 왼손!!!!!!!
두 개의 빈 자리 중 하나의 자리를 채워야 하니까, 잃어버린 아나스타샤의 손목을 찾지 못하면 우리 중 한 사람의 손목이라도 잘라와야겠구나 싶었다. 아나스타샤의 손을 찾는 데 실패하면 PvP 해야 하나 생각했던 것 같다.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손목을 자르는 전개...
절박하게 책장을 조사한다. 자료조사 판정에 성공해서 우리는 가까스로 이 상황에 관련이 있고 우리가 이해할수 있을 것 같은 책을 찾아냈다. 그걸 펼치면 메모지 하나가 떨어진다. 손과 관련된 고대 주술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 메모지 하나. 앞면에는 [제단은 서쪽에, 관과 날붙이는 동쪽에, 잃어버린 ‘귀중한 것’은 잠긴 문의 뒤에] 라고 적혀 있고, 뒷문에는 손처럼 생긴 지도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후담에서 락이는 이때 이미 엄지 손톱의 힌트가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고 했다. 난 아직까지도 감을 못 잡고 있었다...
백골이 없이 비어 있는 아치문이 그려진 관 안에 한 명이 누워야 거실 장식장의 문이 열리는 거 아니겠냐는 생각에 도달. 요제프가 나서서 관 안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요제프는 'ㅇㅇ그러시죠' 하고 쿨하게 반응한다.
관 안에 누우면 문이 저절로 닫힌다("으아아아 이거 뭐야22"). 요제프에겐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고, 관 밖의 아이작에겐 거실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보면 장식장이 좌우로 열려서 사람 하나 지나갈 길이 나온다.
혹시 들어가기만 했다가 나와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요제프가 관 밖으로 나가보자(관뚜껑도 잘 열렸다) 즉시 거실의 문이 닫혀버렸다. 이제 잠긴 문의 뒤에 가서 잃어버린 귀중한 것을 되찾아오는 건 아이작의 손에 맡기고 요제프는 다시 관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문이 다시 열린다. 째깍째깍째깍째깍...
장식장 뒤의 길로 들어선 요제프의 눈앞에 다섯 갈래의 길이 펼쳐진다. 아이작은 한 치 망설임 없이 맨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오오 락이의 추리력... 요제프가 관에 들어가겠다고 해서 다행이다... 아이작 멋져!! 사실 나는 그때까지도 '엄지 손톱'의 힌트를 이해하지 못해서 ???왜지 왜 오른쪽 길이지??? 하고 있었다.
아이작이 길을 걷는 동안, 요제프는 관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느낀다. 관 벽이 몸을 조여오고, 점점 답답해진다. 아까는 손으로 밀면 열렸던 관뚜껑이 이제는 너무 무거워져서 요제프가 힘껏 밀어도 열리지 않는다. 이제 모든 건 아이작의 손에 맡기는 수밖에... "아이작 빨리 와줘요!! (애절"
맨 오른쪽 길은 서늘한 분위기의 어두컴컴한 길이다. 스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길의 끝에 제단이 있고, 제단 위에는 살아있는 자의 것처럼 보이는, 생생한 손목이 있다. 이때 스슥거리는 소리가 들려 천장을 올려다보면 어른 머리통만한 거대한 거미들이 가득 매달려있다. 아이작... 나를잊지말아요에서 몸 속에 거미 유충을 키웠는데 여기서도 거미가...!!! 하지만 침착하고 대담한 아이작은 그 일 이후로도 거미 트라우마 같은 건 없었던 모양이다. 침착하게 손목을 집어든다. 손목은 너무나 산 사람과 비슷한, 하지만 싸늘한 감촉이 느껴진다. 잘린 손목에서 피가 흐르고, 거미들이 피냄새를 맡았다. 두 마리의 큰 거미가 갑작스럽게 공격! 아이작은 빠르게 도망쳤던 것 같다. 아이작 멋져22
아이작은 손목을 들고 장식장 사이의 문으로 나왔고, 관뚜껑을 열어서 요제프를 꺼내준다. 흐흑 고마워... 두고 가지 않아줘서 더 고마워...
두 사람이 다시 서쪽 방에 가서, 장식장의 빈 자리에 들고 온 손목을 넣자, 이름표에 적힌 글이 '아나스타샤'로 바뀌고 거실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나가보니 현관문이 그림에서 실제로 바뀌어 있다!! 손잡이를 돌려서 열면 일렁이는 빛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빛으로 걸어들어간다.
정신을 차리면 요제프와 아이작 둘 다 비행기 안에 그대로 있다. 이번에도 무사히 살아남은 두 사람.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 가능성에 꼼꼼하게 대비해놓은 느낌이다. 그리고 우리는 굳이 관 안의 뼈나 손목 조각상을 꺼내서 옮긴다거나 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런 장치들을 하나도 알지 못한 채로 끝났다. 그리고 아이작이 맞는 길을 한 번에 찾아갔고!! 다만 플레이 당시에는 너무 짧고 쉽게 끝나서 오히려 조금 당황했던 것 같다. 3~4인으로 시나리오 클리어보다는 이것저것 다 건드려보고 갖고나가기도 해보는 실험정신 투철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전원 생환은 실패하더라도 여러 장치들을 다 건드려보며 신나는 광기&로스트 파티를 벌일 수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