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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좋아하는 술 이야기

엘디. 2016. 10. 16. 22:24

집에 오는 길에 마트 들러서 맥주랑 과자 사왔는데 배탈이 나서 못 먹게 되어서 쓰는 글. 좋아하는 술 얘기.


기본적으로 '맛있는 술'을 좋아한다. 난 성인이 되고 나서도 오랫동안 술을 안 좋아했는데, 부모님이 술을 하찮게 여기셔서 그로 인해 생긴 편견도 컸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냥 맛이 없어서였다. 신입생 때 선배들이 권한 술이 소주 아니면 맥주더라고... 나에게 소맥을 먹였어야지... 그랬으면 술맛을 몇 년 더 일찍 깨달았을텐데.

전에 동아리 애들과 술마시다가 그렇게 탓했더니 내가 술자리 잘 나오지도 않았으면서 뭔 소리냐고 타박을 들었다. 일단 나와야 다양하게 먹이던가 하지 않겠느냐고. 그것도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네. 그렇다면 가장 처음 내게 맛없는 맥주나 소주만 먹인 선배들의 탓인 걸로.


아무튼 내 기준, 내가 마셔봤던 것 중 맛있었던 술들. 어디까지나 주관적 취향이고, 순서는 순위와는 무관.

냄새가 역하거나 쓰고 시고 떫은 맛을 싫어하고, 탄산이 센 것도 싫어하며(이래서 대부분의 맥주를 안 좋아한다), 적당히 단 걸 좋아하는 술 취향임을 참고.




1. 소맥

소맥은 진리입니다

맛없는 소주와 맛없는 맥주가 합쳐져서 맛있는 소맥이 되다니 이것이 한국의 연금술...!!!

비율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소주1잔+맥주1잔으로 대충 맞춰서 마시는 편.  맥주 잔에 소주를 한 잔 채워서 붓고 나머지를 맥주로 적당히 따른다. 분위기 탔다고 상대방한테 그 이상 소주를 들이부어 소맥을 제조해주면 곧 시체를 치워야 할 가능성이 급상승하니 술자리의 평화와 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자제합시다.

섞는 건 대충 젓가락으로. 휴지로 막고 탁상에 쾅 내리치는 경우도 봤는데 잘 섞이는 것 같지도 않고 위생적으로도 안 좋아보여서 그닥.

소맥용 소주라면 역시 참이슬 후레쉬. 맥주는 거의 항상 생맥으로 시켜서 뭔지 잘 모르겠다.




2. 스미노프 그린애플

스미노프는 그린애플 말고 다른 종류를 마셔보지 못해서 스미노프 중 최고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현 최애술 스미노프 그린애플. 스트레이트로도 괜찮지만 역시 독해서, 토닉워터에 섞어먹는 게 더 맛있다. 여럿이서 이걸 마시자고 합의하고 날을 잡고 한 병 까지 않는 이상 마시기가 힘들어서 아쉽다. 못 마신 지 한참 됐는데, 잔 단위로 파는 데는 없으려나.




3. 스미노프 아이스 그린애플

스미노프 아이스 중에서는 그린애플이 제일 맛있었다. 다만 톡 쏘는 느낌이 강해서, 스미노프 그린애플에 토닉워터를 탄 것보다는 맛이 덜하다. 그래도 스미노프 그린애플을 한 병 까기는 부담스러울 때 아쉬운 대로 이거라도.

도수가 낮아서 집에 두고 술 생각날 때 한 잔 마시기 좋다. 저렴하고 마트와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술. GS에서 파는 걸 봤고, 맥주창고 같은 데서도 들여놓은 걸 봤다.




4. 호로요이 복숭아, 화이트샤워

호로요이 중에선 저 두 종류만 마셔봤다. 술 맛이 정말로 안 나는 맥주. 복숭아는 이프로에 탄산을 섞은 맛, 화이트샤워는 밀키스 맛. 맛은 있는데 술로 맛있는 게 아니라 그냥 음료수로 맛있다. 맛있고 도수 낮은 술 많이 마셔봤지만 이렇게까지 알콜 느낌 안 나는 것도 드물듯.




5. 자몽에 이슬

과일맛 소주 중 처음으로 먹어봤던 종류. 조금 톡 쏘는 맛이 있지만 자몽 맛이다 생각하면 넘어갈 만 하다. 상큼해서 고기와 같이 먹기 좋았던 술. 달지 않고 상큼.




6. 순하리 처음처럼 사과

이거 정말 맛있다. 부드럽고 쉽게 넘어가는 술. 고기집에는 안 들여놓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다. 자몽에이슬보다는 단 편이지만 단맛이 강하지 않다. 인공적인 맛도 덜해서 편하게 마실 수 있다.




7. the 찾을수록 (소주)

정말!!!!! 맛있습니다!!!!!!!!!!!!!!!!!!! 진짜로!!!!!!!!!!!!!!!!!!!!!!!!!!!!!!!!!!!!!!!!!!!!!!!!! 맛있어요!!!!!!!!!!!!!!!!!!

최근에 마셔본 술인데 와... 정말... 첫 잔 넘기면서 깜짝 놀랐다.

감귤, 청포도, 생강, 아메리카노, 사과맛을 마셔봤는데 다 맛있다. 과일소주 중에선 최고 아닐까. 특히 과일맛과 단맛이 인공적이지 않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의 과일주 중에선 위에 언급한 자몽, 사과가 그나마 나을 뿐이지 유자, 청포도, 블루베리 등은 과일맛이라기보단 과일사탕맛 같은, 인공적인 맛이 너무 강해서 별로였는데 찾을수록은 그런 게 덜하다. 특히 맛있었던 건 청포도와 생강. 감귤은 맛이 좀 강해서 일행 중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다만 단맛이 강한 편이니 단 소주를 싫어한다면 취향에 안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단 소주가 싫다면 찾을수록이 문제가 아니라 과일소주 자체를 싫어할 것 같지만.

덜 알려진 술이고, 들여놓은 가게도 적어서 아쉽다.




8. 에델바이스 스노우프레시

밀맥주. 탄산이 강하지 않고 부드럽고, 향도 좋다. 시고 쓰고 떫고 가볍고 탄산 강한 맥주를 제일 싫어하는데 에델바이스는 취향이었다. 주변에서 구하기가 힘든 편이라는 게 아쉽다.





시중에 판매되는 술 중 내가 좋아하는 건 이 정도.

칵테일도 좋아한다. 칵테일 만드는 방법을 익혀보고 싶은데 혼자 마시는 술은 맛이 없어서 시도할 의욕이 잘 안 난다. 가족들은 술을 안 좋아하고, 그렇다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칵테일을 만들어주자니 그것도 좀 그렇고.


술은 역시 친구들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마시는 게 제일 맛있더라. 스미노프 아이스를 처음 마셨던 게 집에서였는데, 혼자 마실 때도 맛있었지만 나중에 친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마시는데 혼자 마셨을 때보다 훨씬 더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 뒤로 혼자 스미노프 아이스 마실 때면 좀 쓸쓸해진다. 다같이 마실 때는 이 맛이 아니었는데.


친구들과 마시는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혼자는 술을 잘 안 마시지만, 그래도 갑자기 술 생각이 나는 밤에는 혼자라도 홀짝홀짝 가볍게 마시고 싶어지는 것. 그럴 때를 위해 냉장고에 스미노프 아이스나 호로요이같은 저도수의 단 술을 한 병씩 넣어놓는다. 그래도 술 생각난다고 바로 냉장고 열어서 혼자 마시진 않는다. 대부분 묵혀두다가 지금당장 술을 마셔야겠다는 강렬한 계시가 올 때에나 마시는 정도. 하지만 술이 고플 때 없어서 못 마시는 것과 있지만 안 마시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없어서 못 마시면 괴로움이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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